경내 밀성 박씨 시조단소 확인
친일파 박춘금이 주도해 건립
김영진 도의원 "단죄비 세워야"

밀양 영남루 경내의 밀성대군지단(박씨 문중 시조단소)이 친일파 박춘금이 주도해 세운 것으로 드러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창원3) 경남도의원은 21일 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1925년 밀성대군지단 건립 당시 국유지인 영남루 안에 개인 문중의 단소와 비석을 세운 자는 박춘금(1891~1973)으로 일본 제국의회 중의원(국회의원)을 두 번 지낸 유일한 조선인"이라며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행세를 한 자이며 조선인에게 가장 잔인한 자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지난 3월부터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밀성 박씨 시조 즉 밀성대군 묘는 1922년 이전까지는 몰랐으나, 영남루 경내에서 뼛조각 등이 발견된 후 시조의 묘로 추정해 영남루에 조상을 모실 것이냐를 두고 문중에서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때 박춘금이 이를 반대하던 박씨 문중 최고 어른에게 권총을 겨누고 위협해 영남루 안 마당에 시조단소를 세웠다.

▲ 밀성 박씨 문중 시조단소로 친일파 박춘금이 주도해 1925년 세운 밀성대군지단. 인물사진은 제복을 입은 박춘금.  /김영진 도의원
▲ 밀성 박씨 문중 시조단소로 친일파 박춘금이 주도해 1925년 세운 밀성대군지단. 인물사진은 제복을 입은 박춘금. /김영진 도의원

1급 민족반역자 박춘금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를 등에 업고 자신의 힘과 문중을 과시하고자 세운 '일본식 무덤'이라는 설명이다. 영남루 왼쪽 무봉산 중턱에 있던 '일본신사'와 직선거리로 열까지 맞춰 일본 왕실과 신궁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형태라는 점도 논란 거리다.

밀성 박씨 문중을 기리는 곳은 영남루 경내를 비롯해 밀양에 두 군데 더 있다. 1927년 박씨 문중이 세운 만운제와 경덕단이다. 이는 친일파 박춘금이 세운 시조단소를 부당하다고 여긴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밀양은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밀양의 명승지이자 보물 147호 영남루 경내 국유지에 친일파가 세운 개인 문중 시조단소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춘금은 1891년 4월 17일 양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밀양에서 자랐다. 1923년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 6661명을 학살한 간토대학살 때 조선인 색출과 시신 처리를 도맡는 등 친일 행각을 하며 세력을 키웠다. 조선에서는 일본인 농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쟁의와 소작쟁의를 무력 진압했다.

강원도 정선 천포광산(화암동굴·금광)에서 우리 민족을 혹사해 번 돈을 조선총독부에 바치기도 했다. 정선 화암동굴 입구에 '박춘금 단죄비'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의회 앞에는 1945년 박춘금이 부민관에서 연 친일 어용 아세아민족분격대회에 격노한 독립운동가들이 폭탄을 터뜨린 의거를 기념하는 '부민관 폭파의거 터' 비석도 있다.

박춘금은 2002년 발표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에 모두 선정됐다. 2007년 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195인 명단에도 들어 대표적인 친일파다.

김영진 의원은 "1945년 해방된 지가 76년째이고 또 96년간 국유지 안 마당에 밀성 박씨 시조단소가 존재한 이유를 밀양시는 명백히 조사하라"며 "경남도 역시 일제잔재 청산 조례에 근거해 밀성대군지단 실태를 조사하고 박춘금 단죄비 설치를 촉구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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