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알바니아 공산체제 고발
미국 망명 후 시인·평론가 활동
자유·인권 향한 문학 역할 강조
올해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12회를 맞은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알바니아계 미국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잭 마리나이 씨가 수상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2일과 3일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문학관과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펼쳐진 제26회 김달진문학제에 참석했다. 그는 오는 7일 발표하는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라 세계 문학계의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마리나이 씨는 2일 상을 받고, 3일 국제시낭송콘서트에 참여했다. 시낭송을 마친 그를 따로 만났다. 통역은 김구슬 시인과 최소담 전주대 사범대 교수가 맡았다.

 

-수상하기 전에 창원KC국제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요?

"몇 년 전 베트남문화페스티벌에 참여한 이후로 국가끼리 교류하면서 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 작가들이 이 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 상을 받게 된 게 인생의 행운에서 정말 큰 것 중 하나입니다. 제가 상을 받은 게 영광이기는 하지만 세계 유명한 시인들과 함께 제가 연결이 되고, 그들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예로운 일입니다."

-1990년 25세 때 알바니아의 공산체제를 고발하는 '말들'이라는 시를 썼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발표하기 1년 전에 이 시를 썼습니다. 시를 쓴 후 매일 시를 보면서 발표할 적절한 시기를 가늠하다가 결국 발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많은 시인이 도와주었습니다. 주저한 이유는 지인들이 투옥되거나 처형되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출간하면서 과연 이것이 내 생명과 바꿀 가치가 있는 일인가, 맞다, 이제는 해야 될 때라는 결심이 굳어져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출간하자 경찰의 추격이 있었고 추격을 피해 산을 넘고 유고슬라비아 접경지대 철조망을 넘었습니다. 그때 제가 기르던 개도 철조망 앞까지 따라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행위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금 제 삶에서 시와 자유가 주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개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저먼 셰퍼드종 개였습니다. 그 개가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짐 싸고 가족사진과 책을 챙기고 그러니까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철조망까지 따라왔다가 돌아갔는데, 나중에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가 그 후로 이틀 사흘을 울었다고 했습니다."

▲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 잭 마리나이 씨가 3일 김달진문학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 잭 마리나이 씨가 3일 김달진문학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알바니아를 탈출해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셨는데, 집에 두고 온 가족 걱정이 심했을 듯합니다.

"탈출하게 되면 보통은 가족이 고문받기도 하고 5년 이상 노역장으로 끌려가 갇혀 살기도 하는데, 다행히 주변 언론인들이 도와줘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고슬라비아로 넘어갔을 때 국가 간 포로교환 같은 것을 하는데 거기에 포함될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 명단에 들어가지 않아 그것도 정말 행운이었는데, 탈출하자 유럽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함부로 교환자 명단을 넣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알바니아에서 주요 인사가 망명한 것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개 이야기에 자꾸 마음이 가는데, 그 개를 소재로 시를 쓴 것도 있으신지?

"물론 시를 썼지요. '지지'라는 이름의 개였는데, 개에 대해서라기보다 진정한 사랑이란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뛰어든다는 휴머니즘을 강조한 시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지지와 같은 종의 개만 키우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알바니아 국가대사로 임명받았던데, 시만 쓰기보다 직접 알바니아 정치에 관여해 사회 변혁을 촉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으신지?

"알바니아에서 요청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위치에서 좀 더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알바니아 역시 정당 간 갈등이 있습니다. 제가 정당에 들어가면 다른 쪽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그러기보다는 비민주·반인륜과 싸우는 것이 더 강력하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하시면서 '프로토니즘'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진정한 시인이나 작가의 기본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한 작가라면 사람들의 삶을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면서 그들이 자유와 인권을 쟁취하도록 힘을 북돋아주어야 합니다. 정치는 그것을 할 수 없지만 진정한 문학은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프로토니즘을 만든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리의 숙제는 주어진 상황을 불필요하게 악화시키지 않고 문학과 문학비평을 통해 평화와 긍정적 사고를 고취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사례를 들겠습니다. 지난 6월 북한 김정은이 '케이팝(K-pop)은 유해한 암'이라고 했습니다. 프로토니즘 문학비평은 '북한이 위대한 문화를 죽이려 한다'라고 쓰지 않습니다. 부정이 아니라 긍정을 강조해 '케이팝은 그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의미할 때에도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방향을 돌려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김구슬 시인은 마리나이 씨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이로써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 중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이는 4명이 되었다. 마리나이 씨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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