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 자행하면서 사과는 없어
충격적 뉴스인가 감췄던 속성인가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국제 뉴스 몇 건이 있었다. 소위 '선진국' 민낯을 보여주는 소식들은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난 7월 현직 프랑스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방문했다. 작은 섬들로 이뤄진 이 나라에서 프랑스가 1966년부터 30년간 193번이나 핵실험을 자행했다는 사실도 부각됐다. 핵실험에 의해 당시 거의 섬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약 11만 명이 방사능에 노출됐고, 40~50세 폴리네시아 여성 갑상선암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연구·조사 보고도 있다. 그런데 마크롱은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보상 문제를 언급하고, 긴밀하고 투명한 대화를 바란다고 말했을 뿐이다. 프랑스 정부가 2009년 보상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실제 보상을 받은 폴리네시아인은 6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캐나다에선 학대·학살 결과로 보이는 원주민 아동 유골이 잇따라 발굴됐다. 서스캐처원주 남동부 메리얼 인디언 기숙학교 등 원주민 학교 3곳에서 무려 1100구에 이르는 무연고 무덤이 발견된 것이다. 유해는 1800년대 이후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을 대상으로 강제 동화정책을 펴면서 부모로부터 격리된 아동들로 추정됐다. 기숙학교는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운영했다. 설립 시기는 캐나다가 대영제국 식민지에서 독립했던 무렵부터 1901년까지인 빅토리아 여왕 재임기간과 겹친다. 이에 따라 빅토리아 여왕과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동상들이 시위대에 수난을 당했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원주민 아동 최소 15만 명이 부모 품을 떠나 강제로 기숙학교에 배정됐다. 원주민이 살던 곳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유럽 문화를 주입하기 위해 저지른 짓이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지역문화 말살정책이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즉각 사과했다. 그러나 교황은 '애도'만 표시했을 뿐, 사과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인권 선진국이나 강대국, 종교 이미지와 전혀 다른 충격적 뉴스인가, 아니면 감춰졌던 속성을 우연히 드러낸 것인가.

또 하나, 중국 신장 위구르의 대규모 인권유린 사태를 두고 서구사회는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비난한 바 있다. 이 지역 강제노동에 의한 상품 유통 제재도 거론했다. 거짓이라고 반박한 중국은 캐나다 원주민 아동 유해 등을 거론하며 맞대응했다.

한국도 선진국에 진입했다곤 하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식민지배와 문화말살, 집단학살 등 끔찍한 경험을 겪었다. 아직도 집단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지역에 살면서도 국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이미 SNS와 플랫폼으로 전 지구가 연결된 시대, 세계 어디서 일어난 일이든 우리나라와 무관할 수 없고 나아가 순식간에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0명이 한국에서 첫 추석을 맞았다는 뉴스는 단적인 사례다.

그 와중에 또다른 뉴스가 날아들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잘못된 드론 공습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희생됐다는 것. 여기에다 공습 당시 민간인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미군측 주장과 달리 미국 정보당국(CIA)이 오폭 직전 현장에 민간인이 있을 가능성을 긴급 경고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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