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문화재청 결정 비판
사회적 비용 소요·혼란 가중 등
반대 의견 담은 건의문 채택

거창 명승 '수승대' 이름을 '수송대'로 바꾸려는 문화재청 계획에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거창군은 지역 내 역사·문화단체를 비롯해 군의원, 도의원 등이 참석한 '수승대 명칭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를 지난 24일 열었다. 지역사회 여론을 확인하고자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문화재청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문화재청 결정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채택, 27일 거창군과 기관·단체 이름으로 문화재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지역사회가 명칭 변경에 반발하는 이유는 △150여 년 전부터 수승대라는 이름을 써왔다는 점 △수승대 명칭 유래가 이미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내용이라는 점 △이름을 바꿀 때 관광지와 문화재 명칭이 이원화돼 혼란이 가중되는 점 △명칭 변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드는 점 등이다.

반발 여론 이면에는 사전 협의나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일 처리가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거창군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군) 국회의원도 지난 10일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남에서 "문화재청이 수승대 명칭 변경을 추진하면서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역 혼란과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지난 24일 거창군청에서 열린 '수승대 명칭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 참석자들이 반대 여론을 담은 건의문을 채택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거창군
▲ 지난 24일 거창군청에서 열린 '수승대 명칭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 참석자들이 반대 여론을 담은 건의문을 채택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거창군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수승대는 삼국시대부터 '근심에 싸여 백제 사신을 신라로 떠나보내던 곳'이라는 유래에서 수송대(愁送臺)로 불렸다. 이후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을 지나며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남긴 후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뜻의 수승대(搜勝臺)로 불렸다.

문화재청은 지난 2일 전국 별서정원(낙향한 선비들이 자연경관 속에 짓고 후진을 양성한 정자) 11곳 역사성 검토 결과를 발표하며 오랫동안 불려왔던 명칭의 연원을 확인함에 따라 수승대를 원래 이름인 수송대로 변경할 계획을 밝혔다. 내달 5일까지 관련 내용 공고, 예고 기간을 거쳐 이름을 바꿀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김 의원은 10일 "김현모 문화재청장에게 반대 여론을 충분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청장은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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