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지 않아' 순화 소홀 보여
무리한 줄임말로 혼란 야기도
콜센터→상담실·티켓→표 등
시민들 지적·바꿀 말 제안해

'내배카로 배울 수 있다는데.'

'내배카'는 무슨 말일까요? 송치헌(43) 씨는 고용노동부가 디지털 분야 기초 역량 개발 훈련을 지원하고자 내놓은 홍보물 속 줄임말 '내배카'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배카는 정부가 발급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줄여 쓰는 말입니다. 디지털 기초역량 개발 훈련 지원 대상은 청년부터 중장년까지인데, 모두에게 뜻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공공 기관이 쓰는 언어는 공신력을 갖기 때문에 특히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공공 기관 누리집에는 우리말로 쓸 수 있음에도 어려운 외국어나 혼합어가 많습니다.

이러다 외국어·외래어 대신 우리말로는 뜻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국립국어원의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외국어·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은 순화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익숙하지 않아서'가 40.8%,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8.9%, '세련되지 않아서' 7.2% 등 응답이 나왔습니다.

▲ 이영진 씨가 보내온 경남도청 경남관광 누리집 명소 소개 갈무리. 관광 분야 체험 기구 중 영어 이름이 아닌 것을 찾기 어렵다. 모노레일은 '단선 관광 열차'로, 캠핑장은 '야영장'으로, 레일파크는 '기찻길공원'으로 바꿔 쓸 수 있다.
▲ 이영진 씨가 보내온 경남도청 경남관광 누리집 명소 소개 갈무리. 관광 분야 체험 기구 중 영어 이름이 아닌 것을 찾기 어렵다. 모노레일은 '단선 관광 열차'로, 캠핑장은 '야영장'으로, 레일파크는 '기찻길공원'으로 바꿔 쓸 수 있다.
▲ 김영진 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누리집 첫 화면 영어 표현을 한글로 순화했다. 김 씨 순화어 중에서도 온캠코는 '캠코 속으로', 캠코서비스는 '캠코가 하는 일' 등으로 바꿀 수 있겠다.
▲ 김영진 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누리집 첫 화면 영어 표현을 한글로 순화했다. 김 씨 순화어 중에서도 온캠코는 '캠코 속으로', 캠코서비스는 '캠코가 하는 일' 등으로 바꿀 수 있겠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달 20일 '공공기관 누리집 외국어·혼합어 찍어 보내주세요' 알림을 냈습니다. 24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콜센터를 '상담실'이나 '전화 상담'으로, 가이드를 '길라잡이'로,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를 '질문과 응답' 등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비전 대신 '목표', 티켓 대신 '표', 포토갤러리 대신 '사진첩', 힐링 대신 '치유' 등 일상 속에서 흔히 쓰는 단어를 굳이 외국어로 쓴 것에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영진(43) 씨가 보내 준 화면 갈무리를 보면 관광 분야에서는 체험 기구 중 영어 이름이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렵네요.

보내주신 의견이 모두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쓰기 편한 게 입에 붙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말이 외국어·외래어보다 익숙하지 않다거나 알아듣기 어렵고, 세련되지 않았다와 같이 인식하는 일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남효진 씨가 보내온 경남FC 휴대전화 누리집 갈무리. 남 씨는 NEXT HOME MATCH를 '다음 안방 경기'로 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 남효진 씨가 보내온 경남FC 휴대전화 누리집 갈무리. 남 씨는 NEXT HOME MATCH를 '다음 안방 경기'로 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 윤태경 씨는 경상남도경찰청 휴대전화 누리집 내 more를 '더보기'로, 홍보컨텐츠는 '홍보 자료'로, 교통정보센터는 '교통정보마당'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 윤태경 씨는 경상남도경찰청 휴대전화 누리집 내 more를 '더보기'로, 홍보컨텐츠는 '홍보 자료'로, 교통정보센터는 '교통정보마당'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 송치헌 씨는 고용노동부 홍보물 속 국민내일배움카드 줄임말 '내배카'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 송치헌 씨는 고용노동부 홍보물 속 국민내일배움카드 줄임말 '내배카'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 이미나 씨는 함안군청 누리집 악양생태공원 소개 그림 속 핑크빛을 '분홍빛'으로 순화하기를 원했다. 바로 위 홈은 '첫 화면'으로, 사이트맵은 '누리집 지도'로 순화할 수 있다.
▲ 이미나 씨는 함안군청 누리집 악양생태공원 소개 그림 속 핑크빛을 '분홍빛'으로 순화하기를 원했다. 바로 위 홈은 '첫 화면'으로, 사이트맵은 '누리집 지도'로 순화할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