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지금 면접에 올 수 있냐는 전화, 급하게 의자를 놓고 시작된 즉석 면접, 첫 출근날 배정받은 자리에 전임자의 흔적들이 떡하니 놓여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후 첫 업무, 첫 회식을 한 주인공에게 한 선배가 귓속말로 조언을 건넨다. "빨리 그만둬."

유튜브에서 매회 조회 수 100만 이상을 기록, 중소기업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웹드라마 <좋좋소(좋소 좋소 중소기업)>에 나오는 대사다. 드라마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전자레인지, 냉장고가 있는 게 직원 복지라고 말하고 상사는 일 폭탄을 던지며 직원들의 퇴사도 빈번하다. 엉성하고 비상식적인 '중소기업식 일처리'는 시청자에게 'VR(가상현실)로 중기를 다녀본 느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는 근근이 정부 지원사업으로 연명하고 장기간 근속한 핵심 인력은 이탈한다.

<좋좋소> 감독을 맡았던 유튜버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좋좋소> 속 사업장을 통해 '중소기업 안 좋으니 가지 마'가 아니라 '이런 모습을 통해 충격을 느끼고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도 드라마대로 답답한데 현실 중기 경영난은 더 공포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 4차 확산, 주52시간제 시행, 공휴일 유급제 확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중기 경기 지표엔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국내 기업 99%(600만 개)가 중기고 기업 종사자 84%(1700만 명)는 중기 재직자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기는 결국 좋은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현실은 해피 엔딩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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