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군주의 군상이라니
현대 정치도 신뢰가 기본인데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지난해 추석 때 안방의 울림으로 다가와 트로트의 매력에 빠지게 한 노래 일부 가사다. 트로트가 이렇게 국민의 시선과 각광을 받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음악도 시대 조류에 따라 리듬을 타듯 사람도 그러한가 보다.

최근 내년 대선 인물로 <삼국지>나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인물이 묘사, 비교되고 있다. '사나이는 의리다'라고 하는 '도원결의'의 상징인 '유비형', 임기응변이나 조삼모사로 순간을 모면하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재치형이어야 한다는 '조조형'으로 대별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TV에 출연한 패널 다수도 요즘 세상에는 '조조형'이 살아가는 데 유익하다고 한다. 권모술수도 다면적 군주의 군상이라고 하니 필자도 잠시 가치관 혼선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긴다. 정치도 '신뢰'가 기본인데 약삭 빠르게 잔머리 잘 굴리는 스타일이 대접받는다니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비는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주위 만류와 자신 체면을 뒤로하고 삼고초려했다. 이렇게 얻어진 제갈공명은 유비를 도와 천하를 삼분하고 유비가 촉나라를 세우는 데 크게 공헌한 위인이다. 한편, 한나라 초대 왕 유방 휘하 명 장군 한신은 처음에는 항우를 섬기는 신하였다. 그러나 항우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예우를 해주지 않자 결국 유방의 진영에 합류하게 된다. 그 뒤 한신은 뛰어난 용병술로 대장군에 임명돼 해하전에서 항우 군사를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유방은 한신이 자기를 배반할지 모른다는 것이 두려워 '반란을 음모했다'고 꾸며 그를 제거해 버렸다. 위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인간적인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준다. 훌륭한 장수임을 알아보고 읍소하여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모습과 음모론으로 개국 공신을 없애버리는 비정함을 엿볼 수 있다.

속담에 '인장지덕 목장지패(人長之德 木長之敗)'라 했다.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을 자기 곁에 많이 두는 것도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한비자는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두 가지 걱정이 있다'고 했다. 현명한 부하에게 맡기면 그 부하가 자기 자리를 넘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잘못 등용하면 본인에게 해악을 끼치거나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한다는 걱정이다.

무한경쟁의 생존 지혜로 중요한 3가지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다. 천시는 하늘이 준 기회를 잘 인지해 관계창조를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리는 지형상 이점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며, 인화는 조직 구성원 사이 화목하고 단결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란 비전(목적+가치+청사진)을 제시하고 경영실행(인재+멘토링)을 통해 조직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애민과 소통, 수처작주(隨處作主), 항상심, 전문성, 독창적 역량, 선견력 등이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한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많은 선현의 가르침이 허무한 메아리인지, 보잘것없는 성과를 침소봉대하지는 않았는지, 참사랑으로 살아왔는지 등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고, 자문자답해 보아야 할 심산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비형'이 그래도 나을 듯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명쾌한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렵다. 꽃도 향기가 있어야 꽃의 가치를 담보하듯 사람도 향기 즉, 인간적인 매력이 없으면 머지않아 식상하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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