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보편타당하지도 않고 진리도 아냐
양심 아닌 상식 호소한 전 지사 의아해

대법원이 김경수 전 지사가 김동원 등과 공모해 포털 회사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2심 유죄 판결을 확정하자 뒷말이 거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은 많을수록 좋으며 여러 사람 말은 무쇠도 녹인다 하니, 나도 입을 보탠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에 낸 진술에서 김 씨와 고작 두세 번 만남으로 킹크랩 음모를 공모했다는 항소심 판단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항변했다. 나는 '상식'이라는 낱말이 자꾸 눈에 밟힌다. 상식은 언제나 통할 수 있고 심지어 동일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통한다는 생각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상식은 보편타당하지 않으며 진리가 될 수 없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김경수와, 선거가 끝난 이후 또는 자신의 무죄를 절절히 호소하는 김경수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선거라는 특별한 상황에 놓인 정치인의 절박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경우 상식이라면 두세 번 만난 사람하고 무슨 음모를 꾸몄겠느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극도의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데 염두를 둬야 한다. 고작 두세 번 만난 사람과 어떤 일을 꾸미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선거철에서만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 양심이 아닌 상식을 호소하는 전직 도지사가 나는 의아스럽다.

김 전 지사는 김 씨가 자신을 공범으로 모함해 궁지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나는 김 씨가 많은 사람 중에 왜 그를 지목했는지, 전 지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김동원 부류와 얽혔는지 궁금하다. 김 전 지사는 지지자를 만나는 건 '숙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나 같은 사람이 문재인과 김경수를 지지하니 김 전 지사에게 만나달라고 한다면 응했겠는가?

유튜브에서 야구 이야기나 역사 드라마 뒤져보는 재미가 생겼는데 김어준 방송이 자꾸 뜨기에 봤다. 김어준은 김 전 지사가 공직선거법은 무죄가 났고, 판결을 인정하긴 힘들지만 포털사이트 업무를 방해한 것만 유죄가 났는데도 선거 개입으로 유죄 난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며 원통해했다. 2심과 3심에서 무죄가 난 공직선거법 혐의는 댓글 조작 대가로 김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어디 총영사 자리를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한 방송인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한 포털사이트 업무방해에 대해, 2심 법원은 "특정 여론을 조성하여" "사회 전체의 여론까지 왜곡"했고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그 정당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목적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대못을 탕탕 쳤다. 댓글 순위 조작 범행에 가담한 행위는 분명 선거와 떼놓을 수 없음을 재판부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나는 이 희대의 드문 범죄에 대해 오히려 2·3심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재판에 교훈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선거 국면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한 세력을 척결하는 데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 조작은 우리가 피 흘려 키운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솎아내는 범죄다. 이 나라 민주주의가 어쩌다가 댓글 공작 따위에 농락될 지경이 되었는지 부지런히 개탄하고 뼈아프게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김경수 지지자는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행위가 얼마나 유해한지 둔감한 김어준의 말은 유해하다. 물론 가장 심각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은 이 모든 사달을 만든 장본인이다. 부디 감방에서 피눈물로 반성하길.

/정문순 문학평론가

 

<알려왔습니다>
2023년 3월 14일 이 칼럼 저자 정문순 씨는 이 칼럼 내용이 부적절했으며, 독자님들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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