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서 10대 보낸 저자
합천서 농사·인문학교 운영
'나다움'찾는 여정 담아내

'나답게 사는 게 뭘까?'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서와(27) 작가는 어릴 때부터 "가장 너답게 살렴. 그거면 충분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 화두를 잡고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로부터 홈스쿨링을 소개받고 나서부터다.

서와 작가는 10대를 중·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보냈다. 열여덟 살에 부모가 지어준 김예슬이라는 이름 말고도 스스로 이름을 지었다. '글과 함께'라는 뜻을 담은 '서와'가 그 이름이다. 개명한 건 아니다. 별명 또는 필명쯤 되겠지만, 그 이름을 짓고 나서 만난 이들은 모두 그를 서와라고 부른다.

▲ <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

학교 밖 길을 선택한 그에게는 너무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무엇을 할지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보기로 한 그가 찾아낸 것이 동네 골목여행이었다.

"걷는 걸 좋아했고,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20쪽)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그의 10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탈학교 청소년 네트워크 학교너머' 친구들과 떠난 걷기 여행, 경찰버스를 개조해 300일 동안 전국을 유랑하며 자립을 실천한 공감유랑, '나다움'을 회복하고자 떠난 산티아고 순례로 이어졌다.

서와 작가는 "나는 늘 생각이 많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에 의미를 담으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산티아고 길을 걷는 시간만큼은 무언가 하려고 애쓰지 않고도 마음껏 편안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고, 걸음 따라 시간은 흘러갔다"(127쪽)고 떠올렸다.

▲ 노래하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 노래하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그와 식구들은 합천군 가회면 작은 산골 마을로 이사했다. 청소년 때부터 '내가 바라는 삶'을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는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농부, 그는 '낭만 농부'가 되기로 했다. 괭이질하다 힘이 들면 나무 그늘에 앉아 내 손으로 만든 박하차 한 잔을 마시고,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산책하는….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지. 작은 아름다움을 지켜 갈 용기를 잃지 말아야지.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자연에 기대어 살아야지. 그렇게 나를 잃지 말아야지. 낭만을 누리며 살아야지."(159쪽)

농부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온 길이었다.

"자연 곁에서 땅을 일구고 살면, 내 자연스러움도 잃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농사지으며 만난 새로운 인연들과 낭만을 누리며 산다. 식구들과 집 옆에 작은 산골마을 카페를 열고, '담쟁이 인문학교'와 '삶을 가꾸는 글쓰기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 시작한 담쟁이 인문학교에는 많은 청소년이 찾았다. 스무 살이 되면 대학과 취업·입대를 이유로 하나둘 마을을 떠났지만, 그 빈자리에는 또 다른 청소년들로 채워졌다. 어떻게 살아갈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었다.

▲ 고구마 캐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 고구마 캐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서와 작가./서와 작가

작가는 '낭만'만큼이나 좋아하는 말로 '평범하다'를 꼽았다. 그는 "내가 바라는 낭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 흘러가는 평범한 날을 잘 누리고 싶을 뿐이다. 그게 내가 낭만에 대하여 찾은 대답이다"(173쪽)라고 썼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하게 산다'고 강조(?)했지만, 그처럼 자신을 찾는 여행을 쫌 아는 10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쯤 그는 '나다움'을 찾았을까? 그는 "(나다움을) 많이 찾아왔지만, 삶이 고정된 게 아니고 달라지는 거니까 계속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저 같은 삶도 있다고 보여주고자 했어요. 다양한 길에서 두리번거리면서도 자기 길을 찾아갔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이번 책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작가는 현재 <한국농어민신문>과 <경남도민일보>에 글을 쓰고 있다. 그가 몇 해 전 쓴 시 '오늘부터'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 오늘 본 밤하늘을 /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책은 작가가 스스로 선택해 자기 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여행 사진과 직접 그린 색연필 삽화를 넣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풀빛. 180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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