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곧 경기지방 면적은 국토의 12%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인구수를 보면 2019년 말부터 절반을 넘겼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인구과밀 지역이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빨아들이며 급격하게 증가했다. 수도권이 과잉 비만으로 각종 골병을 앓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의료, 교통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말았다. 불평등 심화와 세습 고착화, 기회 불공정과 정의 실종, 지역에 따른 사회적 배제와 차별 등 근래 우리 사회가 유난하게 고통을 겪는 문제들은 모두 과거 불균등 성장전략을 택한 부작용과 연관 있다. 내년 대선에서 최우선 쟁점으로 떠오른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의 자산취득기회 상실이란 불공정 문제도 따지고 보면 수도권 과밀화가 근본 원인이다.

수도권은 공룡처럼 적자생존 격화와 멸종의 길을 밟고 있고 비수도권은 유령처럼 소멸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불길한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비대해지는 것과 반비례로 비수도권 지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소멸위험에 빠져있다. 소멸위기에 닥친 지자체는 곧 전체의 절반에 이를 것이고, 그 대부분은 비수도권에 위치하며 경남의 군 단위는 이미 다 포함되어 있다. 고위험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이 1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며 자포자기하고 있으니 사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상당 기간 범국가적으로 균형발전정책을 전면 추진하지 않으면 나라 장래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 차기 대통령이란 중책을 맡으려면 누구라도 수도권 과대 밀집 극복과 균형발전에 대해 명확한 정책 전망을 최우선으로 보여줘야 한다. 주권자는 사사로운 시비나 비방에 얽히는 것보다 국가 대개조의 정치철학과 확고한 실천의지를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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