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창의력·비판적 사고력 키워야
미래사회 살아가기 위한 힘 갖출 수 있어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희망 사다리는 각종 시험이었다. 시험 합격은 개인 출세와 함께 집안을 일으키는 큰 힘이 되었다. 시골에서 소와 논을 팔아 자식 공부시키느라 부모들은 등골이 휘는 아픔도 마다하지 않고 희생했다. 중요한 시험에 합격하면 시골 고향 마을 입구에 펼침막을 걸어 주민들도 함께 축하하며 잔치도 열었다.

하지만, 요즘 취직 시험에 합격하기란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선발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대기업은 신입사원 임용에서 정기 모집을 없애는 추세이다.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수시로 뽑고 있다. 취직 시험이 희망 사다리 역할을 하기에는 그 문이 너무 좁아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교육에는 문제가 없을까.

시험의 원조는 고려와 조선 시대 과거 제도라 할 수 있다. 조선 시대 과거 내용은 유학 경전을 암기하고 해석해 그것을 기반으로 국가 정책을 논술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 제도는 가문 명성에 상관없이 유능한 자를 선발해 관료로 임용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었다. 하지만 장원 급제자 평균연령이 조선 전기에는 약 29세, 후기에는 약 37세였다고 하니, 현시대보다 더 경쟁이 심했다고 볼 수 있다. 성균관에서 오랜 기간을 과거 시험 공부로 보내야 했다. 과거에 응시하는 것은 재력이 뒷받침되는 집안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즉, 과거 제도가 양반 계급의 권력과 자산을 세습하고 유학을 공유하게 하는 역기능도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수히 많은 시험을 친다.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다. 고3이 되면 모의평가까지 치러야 한다. 고3 교실에서는 수능 시험 대비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이 대세를 이룬다. 학교 시험과 수능 시험에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등의 역량을 평가한다면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그에 따라 사교육 또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결국 취업도 잘될 것이다. 국가는 수능 시험에서 역량을 측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측정관은 역량을 길러주지 못한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단편적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창의적 지성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 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평가를 강조하며, 지필평가에서 객관식 문항을 줄이고 역량 중심의 서술형과 논술형 문항을 출제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과 중심 교육과정을 뛰어넘어 통합적인 주제 중심으로 통합교육과정을 교사 스스로 재구성해 설계한다. 이를 범교과 주제학습, 교과 체험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노력은 수능 시험이라는 엄청난 블랙홀에 빨려들고 만다.

청소년 시기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적 시기이므로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야 한다. 또 의문점에 대해 책을 찾아 깊이 있게 공부하며 친구들과 협력하는 등의 창의적인 활동으로 이끌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결정적 시기에 기를 수 있도록 희망 사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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