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산업 2025년 이후 완전히 틀 바꿈
기업들 수소차 대량생산 아직 역부족
정부·지자체 적극적 인프라 투자로
1·2차 벤더 선도적인 변환 이끌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저녁 수소차(넥쏘)를 직접 운전해 퇴근했다. 당시 수소차에는 5월 30일과 31일 열린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 맞추어 '더 늦기 전에, 지구를 위한 행동', 'Green we go, Change we mak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바야흐로 수소가 대세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재생에너지를 강조하기 위한 '대통령의 상징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소는 실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창원시는 기초지자체 중 수소차가 가장 많이 보급됐다. 5월 말 현재 기준 수소승용차 908대, 수소버스 28대가 운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저장과 운송면에서 장점이 뛰어난 액화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액화수소 플랜트 착공식'이 열렸다. 내년 12월이면 창원에서 액화수소가 전국 최초로 본격 생산된다. 이처럼 경남은 수소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다.

에너지 전환은 산업전환을 동반한다.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경남에는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이 2000여 개 있다. 이 가운데 43%는 내연기관과 동력 전달 부품 관련 기업들이다. 지난 28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테크노파크 안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에서 구영모(49) 본부장을 만났다. 구 본부장에게 '수소 전환'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장이 28일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장이 28일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5년 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바뀔 것" =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는 지난 2019년 12월 설립됐다. 27명의 인력이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지만, 동시에 수소차에 적용된 기술을 드론, 열차, 선박, 항공기 등으로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구 본부장은 "자동차 관련 내연기관 업체가 수소차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확실한 신호는 서울시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의 신차 등록을 중단하기로 한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25년 이후부터는 내연기관을 연구하는 곳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본부장은 "소비자들은 주변에서 전기차나 수소차가 보이니까 이제 변화를 조금 실감하겠지만, 자동차 산업계에서는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8, 9년 전부터 이미 나왔다"며 "내연기관과 달리 수소차 분야는 아직 대량생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당분간 이익이 나기가 어렵다.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딜레마는 수소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존 내연기관 관련 업체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앞으로 내연기관 생산장비로 뭘 할 수 있겠는가. 5년 후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방향성이 확정되고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는 더는 미래차가 아닌 주요 기술경쟁 이슈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수소로 전환해야 하는데, 수소는 전기와 달라 인프라가 아직 덜 갖춰져 있다. 따라서 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수소 관련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기업들에 최소한 평등한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남도와 창원시도 미래차 전환을 예의주시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창원시 성산구 상복동 481-2(창원국가산업단지 확장구역) 일원에서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 착공식이 열렸다. 종합지원센터는 경남도와 창원시의 '경남 미래 모빌리티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 핵심 인프라다. 조성사업은 2025년까지 모두 855억 원을 투입해 '미래 모빌리티 연구지원센터(종합지원센터 사업 명칭)'와 수소 모빌리티 부품시험·실증센터(4개 동)를 구축하고, 부품 연구개발(R&D)과 부품 실증, 기술지도 등을 한다. 센터에는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 현대차 등 수소 관련 11개 기업과 기관이 입주해 수소·전기차 및 관련 핵심 부품 개발, 기술이전, 산·학·연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당시 김경수 지사는 환영사에서 "지금 빠르게 미래차로 전환하는 시점에 이런 기업들이 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게 되는 대단히 중요한 고비에 와있다"며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전환해나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성무 시장도 "종합지원센터가 국내 미래 모빌리티 개발과 보급의 메카로 자리매김해 '미래 첨단산업 중심도시 창원'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미래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도 2030년까지 자동차 부품기업 1000곳을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국내 차 산업은 1·2차 협력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 업체가 선도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이하 협력업체는 스스로 바뀌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수소차(넥쏘)를 직접 운전해 퇴근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수소차(넥쏘)를 직접 운전해 퇴근하고 있다. /청와대

◇미래차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한다 = 환경운동가들은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수소차 자체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진 않지만, 수소를 생산·수송하고 나서 고압으로 충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 본부장도 수소전기차가 현재까지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고 본다. 수전해 및 바닷물과 촉매제로 수소를 뽑는 연구 등이 진행 중인 점을 들었다.

그는 "이산화탄소가 나온다고 해서 수소 연구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미래 세대는 힘들어진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는 여전히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해 생산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전기차를 타는 건 다가오는 미래에는 지금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월등히 커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40∼50%를 넘어가면 잉여 전기가 생길 것이고, 수소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지금 수소를 연구하고 인프라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수소에 접근하고 싶어도 접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구 본부장은 끝으로 "자동차연구원은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와 충전소, 유통, 생산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며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는 자동차 산업이 수소 에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힘을 보태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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