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발산 인근 조성 계획 무산
마을주민 소음·주차난 우려
울주군에 내년 5월 준공 예정

부울경노동역사관이 양산을 떠나 울산시 울주군에 새로운 터를 마련한다.

노동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49번지 일대 옛 영남전인학교 터와 건물을 활용해 특별·상설전시관, 교육수련관, 편의시설 등을 갖춘 노동역사관을 내년 5월까지 사업비 29억 원을 들여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추진위는 양산 솥발산공원묘원 인근 하북면 삼덕마을에 역사관을 건립하고자 터 매입 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소음과 주차난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여기에 역사관을 장사시설과 같은 혐오시설로 보는 일부 주민들의 편견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상치 못한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추진위는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고자 추모관 대신 '노동역사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장사시설과 관계없는 기록·전시가 주로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과 지역발전 이점 등을 설명하는 등 소통 노력을 기울였지만 8개월가량 사업이 표류한 끝에 울주군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부산·울산본부는 지역 노동열사들의 삶과 의미를 기리고자 2019년 9월 추진위를 발족하고 '솥발산 열사·희생자 추모관'을 추진해왔다.

이곳에 건립을 추진한 배경은 솥발산공원묘원이 1991년 부산 구덕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당시 불법으로 규정한 전교조 합법화 투쟁을 벌이다 위암에 걸려 34세 젊은 나이로 숨진 고 신용길 선생이 묻힌 이후 최대림·박판수·이경숙·최복남·최경철·이성도·서영호·박창수·양봉수·신용길·권미경·배달호·박일수·곽재규·성기득 등 30여 명의 노동열사와 희생자가 안식을 취하며 경·부·울지역 노동운동 성지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김대식 공동건립위원장은 "솥발산공원묘원이 지닌 상징성을 살리고자 삼덕마을에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비단 노동열사뿐만 아니라 보도연맹 희생자, 양산 출신 김복동 할머니 등과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함께 기억하는 평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제안까지 검토했지만 사회적 인식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의 벽을 느꼈다"며 "어렵게 터를 확정한 만큼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더 많은 이에게 노동열사 삶과 그 의미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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