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현관문 두드리거나
잠금장치 비번 노출 우려 등
주거침입 범죄피해 두려움 커

가족 해체 현상 등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경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지역 1인 가구는 38만 9115명(2019년 기준)으로 여성 19만 9136명(51.2%), 남성 18만 9979명(48.8%)입니다. 전체 가구 중 29.5% 비중인데, 오는 2045년 1인 가구 비중이 36.3%로 늘어난다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가 증가세입니다. 지난 4월 발표된 '경상남도 1인 가구 지원방안'을 보면 여성 1인 가구는 남성 1인 가구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청년층 여성(83.1%), 중장년층 여성(81.2%) 스스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느낀다는 사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9 국민생활안전실태조사')입니다. 여성 1인 가구는 가장 안전하게 지내야 할 집에서도 불안을 느낍니다. 이들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고,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에 주목해 그 실태와 해결책을 두 차례에 걸쳐 모색해봅니다.

#1. 연인과 말다툼을 할 때면 부엌에 있는 흉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으로 행동하던 40대 남성 ㄱ 씨. 지난 4월 피해자가 "그만 만나자"고 말하자 ㄱ 씨는 격분했다. 그는 피해자가 사는 창원으로 찾아가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안으로 침입했다. 가재도구는 산산조각이 났고, ㄱ 씨 폭행에 피해자는 전치 3주의 상해까지 입었다.

#2. 지난 1월에는 김해에서 여성만을 골라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 ㄴ 씨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길에서 만난 6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거나 20대 여성이 사는 곳을 따라가 주거 침입을 시도하는 등 네 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괴롭혔다.

주거 침입은 교제 폭력에서 자주 보이는 양상이지만, 연인 관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는 앞서 언급한 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때로는 주거 침입이 강력 범죄의 전조 신호가 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도 불안을 느끼게 된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거 침입죄는 개인 용도로 쓰는 공간에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들어가는 게 범죄 구성 요건"이라며 "강력 범죄를 하기 위해 사전에 주거 침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해경(28·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씨는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두려워 택배 상자에 붙은 이름과 주소를 잘게 찢어서 버린다. 생활공간이 바깥에서 보일까 봐 커다란 커튼도 달았다. 이 씨는 "건물 계단 위에서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보거나 현관문을 열 때 따라오는 범죄 수법을 뉴스를 통해 봤다"며 "집에 도착하면 주위를 살핀 다음 빠르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년째 여성 1인 가구로 사는 김윤영(37·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씨도 불안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예전에 어떤 남성이 집을 헷갈렸는지 밤늦게 현관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적이 있었다"며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바깥에서 작은 소리만 들려도 무서워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계속될 때는 집 창문을 열어놓는 때가 잦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같은 출입구를 쓰는 다가구주택에 사는 여성들은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불안한 여성들은 여성 전용 원룸이나 공유주택(셰어 하우스)을 찾기도 한다. 창원 의창구 한 주택가에 있는 여성 전용 공유주택은 2017년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한 건물에 여성 8명이 모여 산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주로 20~30대 여성들이다. 운영자 이마이 미키(41) 씨는 "입주 상담을 하면서 혼자 사는 게 불안하다고 말하는 여성을 자주 봤다"며 "입주하고 나서는 혼자 사는 것보다 든든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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