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한낮 휴식 안 지켜져
쉼터 없이 무더위 속 작업 지속
권고에 그친 대책·점검도 부실
민간 공사 현장은 상황 더 열악

28일 오후 3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기온은 31도, 체감온도는 34도였다. 햇볕에 10분만 서 있어도 땀은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날을 '현장점검의 날'로 잡고 전국 사업장을 점검했다. 건설현장과 같은 사업장 열사병 예방 수칙은 잘 지켜지는지,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작업을 멈추는지 살피려고 나섰다.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규칙적으로 마시도록 하는 것, 노동자가 일하는 장소 가까이 그늘지고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 폭염특보가 내리면 1시간 주기로 10∼15분씩 쉬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날 창원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지리라 예상될 때 내려진다.

건물을 세우는 현장 두 곳을 살폈다. 한 곳은 건축면적 2000㎡가량, 한 곳은 건축면적 750㎡가량이었다.

어느 곳에도 쉬는 노동자는 없었다. 안전 가림막으로 자연스레 만들어진 그늘이나 지하 작업공간 말고는 더위를 피할 쉼터도 마땅찮았다. 서너 명 모여 일하는 공간 주변에 비치된 물도 찾지 못했다.

지난 25일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여름철(6∼8월) 폭염 온열질환 재해자는 사망자 26명을 더해 156명이었다. 사망자 22명을 더한 122명(78%)은 7월 말부터 8월 사이에 몰렸다.

▲ 28일 오후 2시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건설 현장. 정부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오후 2시∼5시 공사 중지'를 강력히 권고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 28일 오후 2시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건설 현장. 정부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오후 2시∼5시 공사 중지'를 강력히 권고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정부 대책을 뜯어보면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다소 무색해진다. 이날 발표한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에는 '공사중지를 강력 지도', '열사병 예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이라는 문구가 있다. 사실상 대책이 권고와 홍보에 그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현장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라 폭염으로 작업이 곤란하면 발주기관이 공사를 잠시 멈출 수 있다. 멈춘 기간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도 있다. 지연배상금도 면제한다.

현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건설업체 현장 관계자는 "실제 계약금액이나 공사기간 변경이 있는 사례를 찾아봐야겠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작업을 멈추는 거라 변경 사례는 드물 것"이라며 "민간 공사현장에서는 폭염으로 공사를 멈췄을 때 손실을 보전받기가 어려워 사실상 따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에서 하도급으로, 다시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적 구조이기에 하도급업체나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작업을 중단했어도 노동자 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회사는 없으리라 짐작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 점검망이 뻗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8일 오전 9시 20분께 롯데택배 부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 소속 남 모(57) 씨가 배송 상차 작업을 하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명지대리점 레일에는 선풍기도 없고 창문도 없어 환기가 안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가 전한 당시 현장 온도는 39.4도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9일 "해당 작업장은 야외이고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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