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눌린 정부 지배하려는 것
국민에게 화폐발행권 돌려주어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국민의힘. 이들의 공통점은 고리타분한 정부의 재정건전성·예산제약성을 근거로 국민을 위해 정부가 돈을 지출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한국식 양적 완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기본소득)도 지급하고 피해가 많은 자영업자 손실보상금도 지원하면 되는 것을 말이다. 나아가 일자리보장제나 진짜 그린뉴딜 정책도 시행하면 되는 것을 말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정부의 재정건전성, 예산제약성은 현재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화폐금융에 관해 그동안 주류 경제학이 주장해 온 교리가 국민의 관념을 지배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시민들은 정부가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더 걱정을 한다. 어느 대학 경제학 교수는 TV에 출연해 한 가정에서 아빠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어도 돈이 없는데 어떻게 사주냐, 정부 재정도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재정건전성·예산제약성을 설파한다. 자신들만 돈을 주무르고 배분하는 힘을 지니고 싶다고 자랑질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과 회계는 한 가정이나 기업의 그것과 같지 않다. 미국에서 현대화폐이론, 주권화폐론, 유럽에서 화폐민주주의론, 국민을 위한 양적 완화 등은 정부는 가계나 기업과 달리 스스로 돈을 찍어내어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으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국가채무에 발목이 잡히지 않고 직접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재정건전성과 예산제약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현행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면 정부는 한국은행에 빚을 지는 것이고, 이 빚은 갚을 필요가 없다. 국민을 위한 재정지출에 쓴 돈이고 정부는 국고인 한국은행에, 즉 국민에게 빚을 진 셈이므로 갚을 필요가 없다. 대신 정부가 금융시장을 통해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빌려오면 민간은행이나 금융자본가에게 빚을 진 것이므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가계나 기업처럼 파산 위험도 있다. 물론 원금 상환은 하지 않고 영원히 이자만 낼 수도 있다. 그래서 재정건전성과 예산제약성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걸 고집하고 심지어 국민에게 협박하는 이유는 계속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게 만들어, 빚더미에 짓눌리게 만들고, 민간은행이나 금융자본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들려는 수작인 것이다. 금융시장이 정부를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이런 모종의 메커니즘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정부 재정지출을 제약하는 긴축재정은 국민에게 나눌 몫을 줄이는 동시에 국가채무의 원금과 이자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그야말로 이중고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국민의힘, 주류 경제학의 화폐금융과 재정 정책은 정부나 국민을 위한 기획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민간은행과 금융자본가를 위한 계획이다. 이들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료들이 만드는 모피아, 금융마피아라는 기득권 적폐가 활개치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에게 화폐발행권을 돌려주고, 화폐주권을 되찾는 '화폐민주주의'를 요구하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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