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빠르고 편리하다고 여겼지만
아빠에게는 불친절하고 소외감 주는

최근 책을 출간했다. 책 내기 전 여러 고민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SNS 공개 계정을 꼭 만들어야 할까?'였다. 오랫동안 모든 SNS 계정이 비공개나 친구 공개였다. 사생활을 모르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책 홍보를 위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라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결국 인스타그램 공개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름난 작가들이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리고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걸 보며 '무명작가인 내가 어째서 몸을 사리나' 싶어 적극적으로 일기와 홍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타인 반응에 중독되었다. 누군가가 게시물을 좋아한다고 알림이 떠도 안 떠도, 메시지가 와도 안 와도, 앱을 습관적으로 눌렀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 들어가는 건 예사다. 친구들 스토리를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새 스토리가 뜨면 곧장 들어가 보고, 누가 나를 팔로우 했는지, 몇 명이나 내 스토리를 보았는지 확인했다.

얼마 전 식당에서 아빠와 밥을 먹다가 화제에 오른 것도 다름 아닌, SNS였다. 아빠는 김치찌개가 나오기 전에 물었다. 'SNS라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거고? 뭔 대통령도 정치인도 다 SNS에 입장문을 올렸다고 하는데. 세상 사람들 다 아는 걸 내만 모르나 싶다. 그거 어디서 보노?' 아빠는 평생 어떤 SNS도 가입하지 않았다. 나는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조금 머뭇거렸다. SNS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을 하면서, 그동안 아빠 앞에서 얼마나 자주 'SNS'를 언급했는지를 떠올렸다. '올케가 인스타그램에 요리 사진 올린 거 봤는데.' '페이스북에 뜬 친구 글을 봤거든.'

그 말을 들으면서 아빠가 지은 표정이 어땠더라. 본인이 모르는 세계가 태연하게 존재하는 것을 볼 때면 어떤 외로움과 소외감이 들었을까. 자식들이 버릇처럼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동창회 친구들이 말하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TV에서,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SNS'라는 말을 듣고 읽으면서. 소외감은 사라지지 않고 쌓여갔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빠는 SNS를 안 하면 '바보 되는 세상'이라고 파악한 모양이었다.

주문한 찌개와 밥이 나왔지만, 나는 아빠의 휴대전화를 잡고 열을 올렸다. 트위터? 페이스북? 어떤 SNS가 아빠와 맞을까 고민하다가 가족들이 모두 가입된 인스타그램 앱을 깔기로 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내려받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고, 누구를 팔로우 할 것인지 의논했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과 남동생 계정을 팔로우하기로 했다. 사람이나 태그로 검색하는 법과 소식을 보는 법까지 빠르게 설명했다. 하지만 돋보기 안경을 쓰지 않고는 작은 글씨를 보기 힘든 아빠가 과연 조그만 타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람을 분간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아빠는 물었다. "근데 이거 왜 외국에서 뭔 인증 문자가 왔노? 통신요금 많이 나오는 거 아니가?"

인스타그램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계정을 만들 때 본인 휴대전화로 온 인증번호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빠는 조금 안심한 듯했다. 먼 거리 사람과 쉽게 메시지를 주고받고, 전 세계 이슈를 빠르게 받아보고 공유할 수 있는 SNS가 편리하다고 믿었던 오랜 시간. 어떤 사람에게 SNS는 작고 불친절한 세상이기도 했다. 다음 주에 있을 신간 북 토크 행사는 인스타그램으로 신청 받는다. 그것도 선착순이다. 나는 SNS를 할 줄 아는 일부 독자만 초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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