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유독 예뻤다면 대기가 좋았다는 뜻"
지구온난화로 더 붉어졌다? "연관성 없어"

▲ 퇴근시간 창원의 도로를 노을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김주완 기자<br /><br /><br /><br />
▲ 퇴근시간 창원의 도로를 노을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김주완 기자

인터넷에서 경남의 노을이 화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저녁 하늘 노을을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경남의 저녁 하늘이 특별히 예쁘게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6일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검색해보니 '창원노을'이 131건, '통영노을'은 무려 2035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에 거주하는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지난 22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저녁노을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인터넷 검색 포털 구글이 검색량과 추이를 분석해 제공하는 '구글 트렌드'에도 같은 경향이 보인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초까지 경남에서 노을을 검색한 횟수는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검색량을 보였던 지난해 9월 초를 100으로 놓고 비교해볼 때 42% 정도로 나타났다. 올해만 보면 45%를 기록한 지난 1월 초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등산이 취미인 인스타그램 사용자 '산타어른이' 노 모(29) 씨도 최근 한 주 동안 경남지역 산에서 찍은 노을 사진을 3번이나 올렸다. 노 씨는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 이후 노을을 보면 고된 하루가 지나고 휴식을 하는 것 같고, 마음에 평화가 온다"며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 내가 본 노을을 공유하고 싶어 SNS에 사진을 올린다"고 말했다.

기상청도 노을을 관측한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소속 기상대에서 노을을 목측(目測), 즉 눈으로 파악해 기록한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기상청이 경남에서 관측한 노을은 총 4차례로, 지난 6월 5일과 10일, 이달 15일과 23일에 나타났다. 하지만 기상청은 노을의 성격을 분석하거나 노을을 예측하지는 않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을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상 현상 등이 아니기 때문에 관측됐다는 사실만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정의하는 노을은 해가 뜰 때나 질 때 하늘이나 산봉우리가 여러 가지 색채로 물드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의 '기상관측지침'을 보면 노을은 대기 빛 현상 중 하나로 태양광선이 대기층을 통과할 때 선택 흡수, 산란, 굴절해 생기는 현상이다. 햇빛의 가시광선이 대기 중 수증기나 미세한 먼지 등에 부딪혀 퍼지면서(산란) 여러 가지 빛깔을 나타내는 것이다. 흔히 '빨주노초파남보'로 이야기하는 가시광선 영역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 영역이 가장 빠르게 산란하고 파장이 긴 붉은색 영역은 늦게 산란한다.

때문에 햇빛이 수직으로 대기층을 짧게 통과하는 낮에는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햇빛 도달 거리가 사선으로 길어지는 저녁에는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은 눈에 띄지 않고 붉은색 영역이 또렷해진다. 이때 공기 중 수증기나 입자 정도, 즉 공기 질에 따라 색이 더 선명하거나 흐리게 보인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같은 입자가 공기 중에 많으면 노을이 더 붉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박이형 기상청 부대변인은 "노을이 유독 예뻤다면 대기가 좋았다는 뜻"이라며 "공기 중에 입자나 수증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쁘면 붉은빛도 산란해 버리고 하늘이 뿌옇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을이 유독 잦고 붉은 것이 지구온난화나 기후위기 영향일까? 이 같은 우려에 박 부대변인은 "기후위기는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하루하루 기상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장기적으로도 노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경남에는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는 '노을 맛집'이 많다. SNS에서는 진해해양공원, 진해 제황산공원 전망대, 마산 저도연륙교 등이 꼽힌다. 사천 실안노을길과 대포항도 유명한데, 노을과 바다 수평선이 빚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신민영 경남도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경남에 최근 영화나 드라마로 유명해진 노을 명소가 많다"며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과 KBS 드라마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 촬영지였던 김해낙동강레일파크 철길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아름답고,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지진희가 연기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진주 진양호 근처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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