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추상화가 이성자
아들 향한 그리움 '천년의 고가'
색채의 마술사 박생광 작가
강렬한 오방색 인상적인 '무녀'

4월 28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다고 발표한 이후 지방자치단체마다 미술관 유치 경쟁이 뜨거웠다. 그만큼 어떤 작품이 있는지도 관심이 컸다. 작품은 전국 미술관과 박물관에 나눠 기증하기로 했고, 기증품 일부를 선보이는 첫 전시회가 지난 21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서울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두 34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됐다. 이 작품들에 진주 출신 작가 작품 2점이 포함됐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추상미술을 한 여성 작가로 알려진 이성자(1918~2009) 화백의 '천년의 고가'(1961)와 한국 채색화 부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박생광(1904~1985) 화백의 '무녀'(1980)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계기로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 이성자 작 '천년의 고가'.  /국립현대미술관
▲ 이성자 작 '천년의 고가'. /국립현대미술관

◇이성자 화백과 '천년의 고가' = 진주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현 진주여고)를 졸업한 이 화백은 1951년 프랑스 유학으로 미술기법 기초부터 배운 한국 1세대 추상화가다. 1965년 한국과 프랑스가 국교를 수립하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작품을 그렸다. '진주1960'(1960), '4인의 용맹한 기수'(1960), '내가 아는 어머니'(1962), '새벽의 속삭임'(1963), '오작교'(1965) 등이 있다.

이 화백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동양적인 유산에서 나온 오묘한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양미술의 흐름 속에 용기 있게 합류하는 본보기'라는 평을 얻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천년의 고가'는 당시 고국에 있는 세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이 화백은 언젠가 "붓질 한 번 놓아 버리면 아이들이 굶을 것 같아 붓을 놓을 수 없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 그 애간장 타는 심경과 그리움을 가득 담았다고 한다. 현대미술관 측은 이 작품을 두고 "여성성의 시작을 대지로 본 작가의 '여성과 대지' 연작 중 하나"라고 했다.

진주에 시립이성자미술관이 있다. 이 화백으로부터 작품 376점을 기증받아 2015년 준공, 개관 이후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현재 '내고 박생광: 진주에 묻다'전을 진행하고 있다.

▲ 박생광 작 '무녀'.  /국립현대미술관
▲ 박생광 작 '무녀'. /국립현대미술관

◇ 박생광 화백과 '무녀' = 박 화백은 망경동에서 태어났고 1920년 17세 때 일본 유학을 떠났다. 광복으로 귀국할 때까지 일본 명랑미술전, 신미술인협회전, 일본미술원전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박 화백은 '색채의 마술사', '민족혼의 화가'로 불린다. 그의 작품세계는 4기로 나눌 수 있는데, 1950년대 후반까지가 1기로 수련기에 해당하며 1974년까지는 2기 추상화 시기, 1977년까지는 다시 일본으로 갔던 때로 구상화에 일본화의 평면적 성향을 보이던 시기, 그 이후 한국적 소재를 추구하던 마지막 시기로 구분된다.

그는 1980년대 초 민화를 비롯해 불화와 무속화를 통해 발견한 단청의 강렬한 색채를 화폭에 담아 국내 화단에 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역사적 주체성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무녀'는 민속적이고도 원색적인 색감으로 표현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일반 회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무신과 부적이 등장하고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오방색들이 강렬하고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