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의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의회 운영에 기본이 되는 상호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밀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1년 전 합의했던 내용을 휴지 쪼가리로 만들고 있다. 양당은 작년 7월 의장과 부의장, 산업건설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총무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후반기 원 구성을 하면서 국민의힘은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예결위원장에 자당 의원인 정정규 의원을 선출했고 의회 운영은 파행하고 있다. 더구나 다음 주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끼리 처리할 수도 있을 거라며 겁박하고 있으니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짓이다.

민주주의 운영 기법으로 흔히 다수결 규칙을 앞세우지만 사실 이는 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민주주의가 바람직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수 의사에 권위를 싣는 결정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요,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숙의와 합의라 하겠다.

밀양시의회 운영이 파행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합의 정신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당으로서의 권위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협상한 내용에 대해 소속 의원이 각기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겉으로는 합의한 대로 조정 중이라 하고 실제로는 합의 사항을 파기한 채로 밀어붙이면 대화와 협상은 소용없는 일이요, 신뢰와 합의는 아예 불가능하다.

일반 상거래나 노사 간, 또는 형사 사건에서도 쌍방 합의란 법적 구속력을 가질 정도로 권위 있는 결정인데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의회가 이처럼 무책임해서야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와 무더위로 지칠 대로 지치는 시기에 약속을 깨면서까지 자리에 매달리는 시의원 꼴을 시민들이 어찌 볼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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