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수도권서 회계감사
외부감사법 개정에 비용 증가
정치권 무관심·정부 대응 지적
지역대학 특성화 지원 확대 등
인재 역외유출 억제 노력 강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에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음에도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건립해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 최종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양산에 이를 유치해 '부울경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지역의 바람이 물거품이 됐다. 갈수록 수도권 중심주의와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균형발전'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는 이미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을 만큼 수도권 중심주의·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기업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경남 도내 대표적 향토기업 ㈜무학 최재호 회장이 생각하는 수도권 집중 문제점과 해법을 들어봤다.

-자원과 권력의 수도권 집중, 어떻게 보나.

"어느 나라든 수도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정도가 심각하다. 수도권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면적의 약 11%밖에 되지 않지만 국가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수도권 비대화는 의료, 교육, 일자리, 주거 여건 등 모든 면에서 지역과의 격차를 불러온다.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와 양극화로 인한 사회분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 최재호 무학 회장.  /경남도민일보 DB
▲ 최재호 무학 회장. /경남도민일보 DB

-지역 기업이 겪는 불평등 혹은 차별, 어떤 것이 있나.

"한 가지만 예로 들겠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지역민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의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기존 우리 지역의 회계법인에서 받아왔던 회계감사를 수도권 소재 회계법인에서 받아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지역 회계법인에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체재비와 출장비 등을 부담해야 된다. 그 비용이 기존의 2~3배에 이른다.

이런 것이 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업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역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의 증가와 서비스의 질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이는 사실상의 차별이다."

-왜 이런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보나.

"좋은 법을 만들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해야 할 정치인들은 보수, 진보라는 진영논리에 묶여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지역균형발전에는 전혀 관심을 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도 법 개정 때 지역 상공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수도권 중심의 사고만으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지방자치단체의 국가균형발전 노력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산업단지를 만들고 많은 역외기업의 유치를 위해 세제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젊은 인재의 외부유출을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발전을 위해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된 산업군 유치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은 매년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대되는 반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 장수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전무하다. 지역 장수기업에는 지원은 없고 책임만 강요되는 듯하다. 산토끼 잡다가 집토끼를 놓친다는 속담을 지방자치단체가 새겨들어 주길 바란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각계에서 해야 할 노력은.

"지역상공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지역상공계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대학과 금융기관, 지역언론 등의 공동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창원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상공계는 수도권 소재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와 지역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기업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해당 기업은 취업을 보장해 우수한 인재 역외유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여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운영 자율권을 수도권 소재 대학보다 많이 부여해 지역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금융기관도 우수한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의 강소기업과 장수기업에 대해 보다 경쟁력이 있는 금리제도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선 정부가 만든 지역균형발전위원회에 수도권 인사가 아니라 각 지역의 경제계, 학계 인사 등을 포함시켜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추풍령을 기점으로 북쪽은 수도권, 남쪽은 비수도권으로 구분한다.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 후세들에게 보다 발전된 국가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수도권 집중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비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지역 소재 기업에 법인세 경감 등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여 수도권에 밀집한 기업을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분산을 통해 망국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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