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청 조리사 노향자 씨
오랜 칼질에 힘들 때도 있지만
사람들에 행복 주는 손 '뿌듯'

▲ 창원시청 구내식당 조리사가 23일 조리실에서 음식에 들어갈 갖은 채소를 칼로 썰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고생하죠. 그래도 정말 훌륭해요."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말하는 노향자(54) 조리사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묻어난다. 750여 명에게 만족을 줘서, 마냥 기계에 의지하지 않아서, 사이사이 보람이 있어서다.

노 조리사는 창원시청 급식실에서 일한다. 창원시청에 온 지는 4년 7개월. 다른 곳에 있던 경력까지 합하면 15년 차 조리사다.

창원시청 급식실에는 김두영 영양사 외 조리사 7명이 있다. 시청·시의회 직원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이들은 매일 오전·오후 '3개 조'로 나눠 역할을 한다. 오전은 채소 손질-칼질-음식 조다. 조리 과정 상당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뤄졌다고 하나 '손'이 없으면 해내지 못한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말하기에는 괜히 쑥스럽다. 3500원 하는 점심, 밥·국·김치·반찬 3가지. 매순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죄짓는 기분이다.

80인분씩 음식을 나눠 만들고 따뜻함·맛을 유지하려 시차 조리를 하는 이유, 불 앞을 쉬이 떠나지 않는 이유,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품는 이유를 손이 말한다.

배식이 끝나고 맞는 오후는 정리-설거지-청소 조로 다시 조를 짠다. 각 조 편성은 하루하루 바꿔 혹시 모를 지루함·안일함마저 덜어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 같은 하루지만 '잘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 한마디에 힘을 낸다.

오랜 칼질에 손 마디마디가 아프고 관절 변형도 온다. 일반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다가 '재료는 뭔지, 우리 체계에는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떠올릴 때면 웃음이 난다.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원했던 맛이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다. 직원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남은 음식을 수시로 살핀다. 3가지 반찬 중 적어도 2가지는 다 비울 수 있게, 지역에서 난 재료가 돋보일 수 있게 조리한다. 더 맛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 직업병이자 자존심이다.

"많이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거니까. 힘든 만큼 가치가 있어요. 누군가는 내 손이 불쌍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 손이 행복을 주니까. 든든함을 안기니까. 참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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