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상인〉 경상도식 각색
풍자·해학으로 객석 웃음꽃

"서 씨 몰라요? 서일록! 고추장수 서일록!"

"왜 고추장수인지 내도 잘 모릅니더. 물어봐도 당사자는 화만 내고 동네 도령들은 킥킥거리기만 하니까 알 도리가 있습니꺼?"

"여러분 궁금하지요? 서 씨가 우째 고추장수인지 제가 물어볼게요."

24일 진주 극단 현장 현장아트홀 3층 공연장. 무대 위 주모가 객석에 대고 이렇게 얘기하자, 관객들은 주모 물음에 웃음을 지으며 "네"라고 답했다.

▲ 진주 극단 현장 <고추장수 서일록씨의 잔혹한 하룻밤> 공연의 한 장면.  /극단 현장
▲ 진주 극단 현장 <고추장수 서일록씨의 잔혹한 하룻밤> 공연의 한 장면. /극단 현장

뱅이술마을에 사는 이방인 출신 서일록(최동석)은 자신을 '고추장수'라고 부른 사람이 '노영조(김진호) 도령'이라고 얘기한다. 급제하지 못하고 낙향한 노영조가 한양 유학 도중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는데, 그 뒤로 '고추장수'라는 별명을 자신에게 지어줬다는 것이다. 주모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질문한다. 이 말에 서일록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섹스피'가 쓴 책 제목이 '페니스의 상인'이라꼬. 그 책에서 나처럼 돈놀이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노영조가 내 놀린다고 고추장수라는 이름을 지은기라. 양놈들은 남자 물건을 '페니스'라고 부른단다. 그래 가꼬 나를 고추장수라고 부르는기라." 주모가 박장대소한다. 관객들도 따라 웃었다.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가 연출한 <고추장수 서일록씨의 잔혹한 하룻밤>은 토착민과 이방인 간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베니스의 상인>에 착안해 연극을 만들었다. 셰익스피어 주인공 이름은 샤일록, 연극 주인공 이름은 서일록이다. 베니스는 페니스로 바꿨다. 재밌게 각색해 놓은 연극을 보는 재미도 컸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한몫했다. 공연 시간은 1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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