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난지원금'국회 가결
후반기 법사위원장 '국힘'합의
언론중재법에는 여전한 긴장감

여야가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 87.7%에 1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과 지난해 21대 국회 출범 이후 갈등이 계속됐던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를 동시 타결해 모처럼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협치'가 가동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당의 합의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그간 지탄을 받아온 '입법독재세력'의 오명을 씻어내야 하는 여당과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국정방해세력'이라는 낙인을 피해야 하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자정을 넘겨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총 34조 9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기존 소득하위 80% 국민에 한정했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87.7%까지 확대하고, 코로나 피해가 큰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정부안보다 1조 4000억 원(3조 9000억 원→5조 3000억 원) 증액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과정에서 애초 33조 원으로 편성했던 전체 추경 규모도 34조 9000억 원으로 늘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과 80%안을 고수하며 전체 규모 증액에 반대했던 정부, 그리고 재난지원금 자체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 지원 확대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각각 한 발씩 물러서면서 절충점을 찾은 결과다.

상임위 배분 문제는 최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회 전반기는 현재처럼 민주당이 계속 맡되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하는 한편, 전체 상임위는 의석 수에 따라 11 대 7 비율로 나눠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18대 국회 이후 견제와 균형을 위해 여당이 국회의장, 야당이 법사위원장를 맡아온 게 관례라며 법사위원장 반환을 요구했던 국민의힘 입장이 나름 관철된 모양새인데, 민주당도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로 국한하고 본회의 부의까지 심사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안전장치'를 삽입해 171석 거대 여당의 입법주도권을 변함없이 지켜냈다는 평가다.

여야는 23일 합의 직후 국정 정상화와 협치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추경안 타결에 "여야 협치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정부와 당내 인사 설득에 많이 노력했는데 우리도 당내 협의를 가속해 협치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코로나19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국회 정상화는 필수"라며 "이제 갈등과 대립을 청산하고 포용과 협치를 통한 유능한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여야 협치 훈풍은 8월 초·중순께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24일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문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송영길 대표 등이 만나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야는 또 이미 닻을 올린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 모든 주파수를 '차기 정권 획득'에 맞출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이 이번에 강성 지지층 반발에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최소한 대선 전까지는 강행 처리나 보이콧 등 극한 충돌이 재현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뇌관이 없는 건 아니다.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놓고, 법 통과에 적극적인 여권과 "대선 전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발하는 야권 사이에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창원 진해)·최형두(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최근 성명을 내 "민주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힘 있고 돈 있는 권력과 자본이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막는 '전략적 봉쇄 소송' 앞에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은 축소되고 위축될 것"이라며 "심지어 여권 일각은 언론중재위원회를 문체부로 이관하고 정정보도청구신고센터를 신설해 인터넷 뉴스서비스사업자 등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감독까지 실행하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언중법 강행 처리 시도를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법안을 야당과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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