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배치 안전요원 사라져
학부모 사고 우려에 노심초사
도교육청 "대책 마련 고심"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형마트 주출입로가 들어선 창원 북면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4년 전 약속했던 안전요원 배치 등은 오간 데 없고 학생들이 차량을 피해야 하는 '위험한 등하굣길'이 이어지고 있다.

◇무방비 통학로 = 21일 오전 8시 30분께 북면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았다. 주출입로를 드나드는 차량이 눈에 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물건을 실은 탑차 등이 출입로를 바삐 오갔다. 10분 동안 지나는 차량 수를 세어보니 약 20대가 지나갔다.

대형마트 출입로에는 보행로를 잇는 약 10m짜리 건널목이 있다. 이 건널목을 지나려던 학생 3명은 도로에서 마트 방향으로 들어서는 차량을 보낸 후에야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얼마 뒤 초등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마트 앞 건널목을 건너는데 마트에서 나온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학생 앞을 지나갔다. 학생 걸음이 조금만 빨랐거나 차량이 1~2초만 늦게 출발했다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북면초교 학부모인 문모(39) 씨는 아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줄 때마다 이 길을 지난다. 이날도 마트에서 차량 3대가 나오는 바람에 한참을 건널목에 서 있었다.

문 씨는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아이들도 있는데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학교 앞 건널목처럼 학생들을 안내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창원 북면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대형마트 출입로. /김해수 기자
▲ 창원 북면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대형마트 출입로. /김해수 기자

◇예견된 위험 = 이곳에서는 대형마트와 상가가 들어설 때부터 통학로 안전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14년 북면초등학교가 이곳으로 이전한 지 2년 만인 2016년 말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란히 대형마트와 상가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논란이 일어난 시점은 공사가 한창이던 2017년 6월 대형마트와 상가 주출입로가 학생들 통학로 쪽으로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학부모들은 건물이 완공되면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상품을 실은 대형차량과 오후 장 보러 오는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어 위험하다면서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북면초교 역시 학교장 이름으로 창원서부경찰서장과 창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의창구청장 앞으로 '학생들 안전 통학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문에는 "학교 앞 2차로는 가뜩이나 교통량이 많고 폭이 좁아 학생안전 저해요소가 많은 편"이라며 "학생들이 통학할 때 두 개의 차량 진출입로를 지나야 하고 지하주차장에서 출입구로 올라오는 길 경사가 급해 위험성도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북면초등학교 교무실에서 학부모와 도의원, 국회의원 비서관, 의창구청, 창원시, 경남도교육청 등 관계자가 모여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대책도 무용지물 = 간담회 회의 결과대로 같은 해 7월 각 업체가 안전요원 2명을 고용해 공사 현장 주변에 배치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안전요원은 사라졌고, 현재는 온전히 아이들 스스로 차량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대형마트 길 건너에 상가가 들어서고 있어 이 도로의 교통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한 주민은 "하교 시간이 되면 마트로 들어가려는 차량,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는 차량, 뒤에서 기다리는 차량이 뒤섞여 가뜩이나 좁은 왕복 2차로가 매우 복잡하다"며 "특히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경사가 가팔라 운전자가 주의하지 않으면 키가 작은 아이들은 못 볼 위험도 있다"고 전했다.

북면초교에 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결과적으로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어 사고가 나야만 대책을 세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전요원 배치는 물론이고, 차량 이동이 많은 곳이니 CCTV를 설치해 과속과 중앙선 침범을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에서는 등교 시간에 인력을 배치해 교통 지도를 강화하고, 하교 시간에는 마트 쪽에서 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며 "또한 의창구청에 CCTV 설치와 단속 등 민원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해 아이들이 통학하는 데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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