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적정 병원 이송률 76.9%
코로나 탓 20분 대기도 예사
연락 못 받은 응급실도 '당황'
소통 부재 환자에겐 치명상

늘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응급실 의료진과 구급대원이다. 의료기관과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 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이들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이송 단계-병원-상급병원으로의 고리가 끊기지 않아야 적절한 처치를 통해 환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이 맞물리면서 부적정 이송이 발생한다. 2018년 시·도응급의료시행계획에 따르면 경남의 적정병원 이송률은 76.9%다. 나머지 환자 23.1%는 적정 치료를 받기 어려운 병원에 도착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한 번에 바로 제대로 된 의료기관으로 가기도 어렵다. 경남의 전원율은 7.2%로 전국(6.70%), 경기(6.3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병원을 옮기면서 환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구급차로 이송된 환자 보호자와 구조대원들이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8월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구급차로 이송된 환자 보호자와 구조대원들이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서 푸대접받는 구급대원 = 구급대는 '환자를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구급대원 ㄱ 씨는 70대 노인을 이송했던 경험담을 꺼냈다. 구급차 안에서 환자는 의식이 없고 혈압이 떨어지고 있었다. ㄱ 씨는 가까운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경외과 진료를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또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그 병원에서는 가까운 곳을 두고, 왜 여기 오느냐면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수용이 어려운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세 번째 병원에 도착해서야 구급대는 환자를 병상 위에 눕힐 수 있었다.ㄱ 씨는 "응급실 의료진과의 소통 문제로 감정이 상할 때가 잦다"며 "환자 바이털 사인이 나빠져서 급한 대로 가까운 응급실부터 가면 의료진이 팔짱 끼면서 '환자 못 받는다고 했는데 왜 왔느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급대원 ㄴ 씨는 코로나19로 환자 이송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ㄴ 씨는 "환자를 받기 전 병원에서 코로나 간이 검사를 한다"며 "환자의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20분가량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구급대도 한정된 인원이 움직이기에 이송 시간이 길어질수록 또 다른 환자를 이송할 시간이 줄어든다.

간이검사 없이 열이 나기만 해도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도 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지만 환자 체온이 39도까지 오르자 병원에서는 못 받아주겠다고 손사래친 사례도 있다. 구급대원들이 생리식염수로 급하게 환자의 몸을 닦아주자 열이 떨어졌다. 그제야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다.

◇응급실도 사정은 있다 = 응급실 의사 ㄷ 씨는 "서울 유명 병원에서 훈련받은 의사도 경남에서 3년이 지나면 30% 이상이 떠난다"며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더라도 매일 밤새우고 당직서면 금세 지쳐 버린다"고 말했다. "사이렌 울리는 게 심상치 않은데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 아니야? 하고 문을 열면 CPR이에요. 전화도 안 왔는데…." 지역 응급실 의료진 ㄹ 씨의 말이다.

심정지가 4분 이상 지속되면 뇌 손상이 온다. 10분 이상 지속되면 다른 장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자의 숨을 되살리고자 심폐소생술을 하고, 제세동기도 준비해야 한다. 응급실 의료진 입장에서 사전 연락 없는 CPR 환자는 '날벼락'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기본 정보를 알아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에이즈, 매독 환자는 치료하는 의료진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응급실 의료진은 코로나19로 환자 수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격리병동이 없는 병원은 치료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발열 환자를 받을 수 없어서다. 한 의료진은 "민간병원이 확진자를 받으면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발열 환자를 꺼린다"고 귀띔했다

◇소통의 부재, 골든타임이 줄어든다 = 구급대원과 응급실 의료진 사이에 소통 부재는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긴밀한 소통이 요구되는 이유다.

구급대원은 이송하는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고, 병원 사정에 따라 동선을 바꾸기도 한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 상황에선 응급실에 환자 정보를 전달하는 사전 연락도 취하기 힘들다. 응급실도 할 말은 있다. 침대가 꽉 차거나,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료할 수 없는 환자를 데려오면 돌려보내야 한다. 덜컥 환자를 받았다가 상태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이 갈등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수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팀장은 "지역 내에서 응급의료 체계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긴밀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통의 부재로 병원 전 단계-병원-상급병원으로의 고리가 끊기면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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