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 '소멸'안내했다 정정
"바위틈 확인 안 돼 단정 불가"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 제2주차장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그 이름을 실감한다. 갑자기 '에어컨 바람'이 확 불어오는데, 이건 '시원하다' 정도가 아니라 서늘할 정도다.

이곳이 왜 '얼음골'인지, 천연기념물인지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면 더 실감하게 된다. 서늘하던 온도가 아예 싸늘해진다.

80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암과 응회암 덩어리들의 너덜지대, 그 안에 미로처럼 형성된 좁은 공간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이곳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최근 얼음골 관리사무소에 붙었던 안내쪽지 내용이 화제다. "2021년 6월 15일 이상기후로 얼음이 소멸되었음을 알립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21일 오후에 안내쪽지 내용은 이렇게 바뀌었다. "얼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결빙지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리인에게 앞서 붙였던 안내판 내용을 물었다. "얼음을 볼 수 있나 없나, 물어오는 관람객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안내했다. 얼음 보려고 오시는 분들이 헛걸음을 하시지 않게 붙여놨었다."

그렇다면 안내판 내용을 바꾼 이유는 뭘까. "밀양시와 협의해서 더욱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내용으로 안내판을 바꿨다."

밀양시 관계자도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얼음이 있는지 바위틈마다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고, 그 틈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서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해발 400m의 냉혈 너덜지대 결빙지.
▲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서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해발 400m의 냉혈 너덜지대 결빙지.

더욱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 주변 안내판을 찾았다.

"더위가 심할수록 결빙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3∼4월이 되면 바위틈에 얼음이 생기기 시작해 삼복더위 때 절정을 이룬다. 겨울에는 얼음이 생겼던 바위틈에서 따뜻한 공기가 나와 계곡물이 얼지 않는다."

"얼음골 계곡에 널려 있는 돌무더기들을 너덜겅, 돌서렁, 애추(崖錐·talus)라 부르며, 그 안에 미로처럼 얽혀 있는 좁은 공간들이 얼음골의 신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안내판에는 분명히 삼복더위 때도 얼음이 언다고 돼 있는데, 안내쪽지에는 "얼음이 소멸됐다"거나 "얼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하니 차이가 있다. 왜 차이가 생긴 것일까.

수소문 끝에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변희룡 교수팀이 2002년부터 얼음골 온도·습도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이론·응용 기후학〉에 2011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찾았다. 연구팀은 수년간 얼음골 계곡 여러 곳에서 온도·습도 측정기와 열화상카메라 등을 설치해 분석했다.

다음은 연구결과 중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냉혈(해발 400m 너덜지대. 겨울에 따뜻한 바람을 뿜어낸다는 온혈은 해발 759m의 너덜지대) 쪽 내용이다.

"냉혈 안의 얼음은 겨울에는 녹고 여름엔 언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냉혈 기온은 겨울에 더 낮았다. 그러나 여름에도 냉혈 안은 바깥이 섭씨 24도일 때 섭씨 3도를 유지할 정도로 찬 것으로 나타났다."

"냉혈에서 얼음은 늦봄과 초여름에 실제로 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얼음이 어는 것은 녹은 물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흘러내리는 물 자체가 없어서 얼음이 얼지 않는다."

"공기가 얼음보다 차면 얼음이 녹지 않은 채 승화하는데, 이때 열은 위로 날아가고 무거운 찬 공기는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며 찬 공기는 더 차가워지고, 냉혈에서는 늦봄과 초여름에 얼음이 어는 것이다."

밀양시가 새로 붙인 안내쪽지 내용대로 "얼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표현이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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