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 주자 사라지자 분주
민주당 대체 인물 찾기 골머리
국민의힘 출마 경쟁 치열할 듯
'김경수 없는' 차기 경남도지사 선거가 현실화됐다.
'드루킹 사건'(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전 지사가 21일 상고심에서도 원심 판결(징역 2년)을 뒤집지 못함에 따라 내년 6월이 유력한 도지사 선거구도도 크든 작든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올해 10월 보궐선거를 치를 수도 있지만 도지사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아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선거법은 "선거일부터 임기 만료일까지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재보선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차기 주자를 잃어버림으로써 대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 됐고, 국민의힘은 '호재'는 확실하지만 무주공산을 노리는 인사들의 출마 러시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 전 지사의 존재감은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됐었다. 주간조선·모노리서치가 지난 5월 23~25일 진행한 차기 경남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김 전 지사는 26.2%를 얻어 박완수 의원(국민의힘·창원 의창·14.4%),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국민의힘·8.9%) 등을 적지 않은 격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고민은 재선 도전이 불가능해진 김 전 지사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역인 민홍철(김해 갑)·김정호(김해 을) 의원이 차선으로 거론되지만 같은 조사에서 이들이 얻은 지지율은 각각 2.9%(민)·2.3%(김)에 불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반면 국민의힘 쪽은 창원시장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고 경남지사 후보 경선 경험이 있는 박완수 의원이 유력해 보이는데, 설사 민주당이 재집권을 한다고 해도 박 의원을 꺾을 만한 주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뿐 아니라 현역인 윤한홍(창원 마산회원)·윤영석(양산 갑) 의원과 이주영 전 부의장, 김재경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차기 물망에 올라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고, 현역 의원들은 대외적으로 말은 아끼지만 내심 출마 의지가 강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한 의원은 "대선 결과도 중요하고, 또 지역 민심은 어떻게 흘러갈지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유력 주자는 누구일지, 김경수 전 지사가 아니면 과연 누가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주간조선·모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후보 적합도는 박완수 의원(18.5%)-이주영 전 부의장(16.7%)-윤한홍 의원(8.0%)-윤영석 의원(6.6%)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국민의힘 양당 모두 차기 경남지사 선거에 앞서 내년 대선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내년 3월 9일에 대통령 선거, 6월 1일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선 직후 치러진 역대 전국선거 성적표를 보면 새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로 여당이 야당에 압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치른 2008년 총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 결과가 대표적이다. 하물며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과 시차가 3개월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총선 때 여당의 압승에도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많은 지지를 보냈던 경남 민심을 근거로, 민주당 재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민주당에서 유권자 시선을 사로잡을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