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가상현실 한우물 판 뚝심
2012년 확장현실 솔루션 개발로 매출 급증
창원산단 3D맵·안전 원격체험 체계 구축

20년 전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 있었던 대학생은 무턱대고 가상현실 전문기업을 창업했다. 달랑 컴퓨터 하나로 시작한 사업에 탄탄대로가 있을 리 없었다. 수년간 착오와 실패를 거듭했다. 실패할수록 칠전팔기로 일어났다. 2007년, 제조업이 활발한 경남 산업현장에서 가상, 증강현실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점차 자리 잡았다. 현재는 ICT 융합과 확장현실(XR·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로 현실과 비슷한 가상공간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실감 기술) 분야 지적 재산권 10건, 저작권 33건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엔 창원형 강소기업, 국가대표 혁신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창원시 의창구 신화테크노밸리 4층에 자리한 '㈜익스트리플' 노진송(46) 대표 이야기다.

-IT기업 '익스트리플'이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 기계와 사물 등 가상세계 구현)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 메타버스(metaverse·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보된 3차원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다. 2009년 창업해 산업현장에 적용 가능한 확장현실 플랫폼, 콘텐츠 개발에 매진했다. 디지털 트윈 기반 확장현실 솔루션이 주요 기술이다. 2009년 1억 원가량의 매출로 시작해 2012년 확장현실 솔루션을 개발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어나 2013년 8억 7000만 원, 2016년 21억 원, 2020년 33억 원을 달성했다."

-'디지털 트윈 기반 확장현실 솔루션'?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풀어서 설명한다면.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과 똑같은 가상세계라고 보면 된다. 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각종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시제품을 미리 제작해보고,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다. 이 디지털 트윈 기술로 만든 가상 공간에 직접 들어가 각종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디지털 트윈 기반 확장현실이다. 우리 회사는 이 기술을 제조, 국방, 건설, 교육, 공공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작·공급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포스코케미칼, 해성DS그룹, STX조선해양 등 대중소 제조산업 현장과 창원시, 김해시, 통영시 시설물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엔 경남도 보유 시설물·창원국가산단 전체에 3차원 3D맵을 구축하고 있다고.

"3차원 3D맵이란 현실의 것과 똑같은 거울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거울세계에 디지털 트윈 기반 확장현실을 통한 화재사고 대응·훈련, 공간 임대·매매, 기업 정보 제공·홍보 등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노진송(오른쪽) 익스트리플 대표가 2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신화테크노밸리 4층 익스트리플 본사에서 본보 기자에게 혼합현실(MR)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노진송(오른쪽) 익스트리플 대표가 2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신화테크노밸리 4층 익스트리플 본사에서 본보 기자에게 혼합현실(MR)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확장현실 솔루션 현장 도입 이후 반응은 어떤가.

"사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기회가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솔루션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확장현실 솔루션으로 정부 R&D 사업 선정, 경기도내 5개 중소기업에 실증사업을 하는 등 호재로 이어졌다. 기업·기관·산업 현장에 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어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증가, 안전성 강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현장에서 활용도가 입증되면서 확대 적용, 타 분야 확산, 국외 솔루션 구축 의뢰가 들어오면서 일복에 치이고 있다."

-IT 환경이 척박한 경남에서 IT 기업으로 살아남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던데.

"지난 12년간 숱한 좌절을 겪었다. IT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약한 데다 경남 IT기업을 향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지방에 있으니까 실력이 좋지 않다는 냉대와 무시도 허다했다. 기관, 기업 등의 색안경을 벗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역에서 IT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점 중 하나다. 우리 회사에서 1명을 채용하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린다. 지역 대학과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조기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있으나 IT 환경이 척박하기에 인력 수급에 굉장한 애로가 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을 때였다. 매출이 2016년 21억 원에서 2017년 토막 나면서 직원들 월급을 챙겨줄 수 없게 됐다. 현금 서비스 등으로 빚만 10억 원가량이 쌓였고 사업도 연이어 잘 되지 않았다. 당시 매출 90%가 방산사업을 통해 나왔는데 이마저도 크게 줄었다. 다행히 이듬해 매출 구조 다각화, 과감한 투자·개발 등을 통해 다시 매출을 본궤도에 올렸다. 모진 시간을 함께 버텨 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기·중장기적 목표는.

"일단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확장현실 솔루션의 안정적 사업모델 확립이 먼저다. 나아가 산업 안전 사고 예방·제조업 조립 분해·검사 가이드·길 안내 등을 확장현실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시·상용화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B2G(기업-정부기관 간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산업 현장 메타버스 구축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또 미국 실리콘 밸리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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