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관리 기본이 풀베기라는 어르신 말씀
용이 되려는 자들은 남의 텃밭만 기웃대

장마가 지나고 요즘 농촌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한번 베주었는데도 돌아보니 또 자라 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아침저녁 그나마 선선할 때 풀 앞에 나서보지만 그 기세에 주눅이 들고 만다. 그래도 어쩌랴. 게으른 주제에 하필이면 동구 앞에 농장을 마련했으니 마을 어르신들 오가며 한마디씩 걱정해주시는 말씀을 적게 듣자면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농사로 한평생을 살아낸 마을 어른들은 논밭에 풀이 많은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농사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일단 풀이 수북하면 게으른 놈이 되고 만다.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왜 어른들이 풀로 잔소리를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짓다보니 그 말씀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풀이 많다고 영 거둘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질책하는 까닭은 논밭을 관리하는 기본이 풀을 없애는 것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풀이 자라고 있어도 씨는 받지 말라는 말은 다음 해 더 많은 풀이 날 것이어서이다. 농사는 힘들다, 그 힘듦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농법이며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 떡을 먹는 수가 생기니 안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식자우환이라고 잡초는 없다느니 뒷짐을 지고 사니 우리 마을 어르신들 복장이 몇 번은 터졌을 것이다. 마을 어른들이 풀을 대하는 것을 보면 감옥에서 깨달은 것 이상으로 큰 깨달음도 있어 보인다. 요즘은 벼논에 제초제로 다 해결하고 피가 반을 채워도 논에 들어선 농부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 어르신들이 논밭에서 땀흘리던 시절을 상기하자면 기본 세벌매기는 해야 쌀밥을 먹을 기대를 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여름철에 날카로운 벼이삭에 살을 베이며 온종일 땀을 훔쳐내고 논에서 나오면 콩밭에서 또 그래야 했으면서도 누구 하나 풀을 그다지 웬수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나면 열심히 매면 되는 것으로 여기는데서 여유마저 느껴진다. 농부는 농사에 임하는 순간 풀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았다. 농사를 안 지으면 모를까 풀은 농부의 삶에서 떠날 수가 없다. 풀이 곧 거름이 되고 그것으로 가족이 먹을 곡식을 만드니 씨를 말릴 일도 아닌 것이다.

선선한 아침에 벌써 무릎까지 차오른 밭머리에 서서 한 며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일손을 놓은 것이 후회로 몰려든다. 농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면 안 되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늦추면 그만큼 잘 짓지 못한다는 것을 어른들 말씀에 스스로 깨치기도 해 놓고 또 이 꼴을 만들었으니 어른들 잔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았으니 흘릴 수 있지만 주말에 오실 마누라 볼 일이 먼저 걱정인데 문득 무릎을 치며 와닿는 것이 있다.

바야흐로 대선이 가까워 오니 용이 되려는 이들이 죽끓듯 한다. 용이 되었다가도 감방에 사는 이들이 있고 사돈에 팔촌까지 파헤쳐지는데도 저러는 것을 보면 용상이 정말 좋기는 한가 보다 싶다. 하지만 저들 중에 농사 잘 짓는 농부처럼 국민이 사는 농장을 잘 관리할 이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의 논밭을 자주 기웃거리는 농부는 부러워하거나 흠잡기 하려는 두 종류가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너무 남의 텃밭을 기웃거리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은 많은데 진작 정치가 없다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깜이 안되면 스스로 나오지 않는 것도 백성을 위하는 일이다. 편 만들고 없는 말 지어내서 재미 본 놈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지만 세 발을 못 가서 대가를 치른다는 말이 있다는 걸 농부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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