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문제·과거 행적에 발목
이낙연·최재형 턱밑 추격
중도층 민심 잡을 대안 주목

범여권과 범야권 대선 레이스를 각각 최선두에서 이끌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각 진영 1위를 달리는 두 사람이지만, 오랜 부진에서 벗어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경쟁자의 맹추격에 예전만한 압도적인 존재감이 안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17~18일 JTBC·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 지사가 23.8%, 윤 전 총장이 22.0%를 각각 얻어 1~2위를 다투었지만 이 전 대표가 20.1%로 턱밑까지 쫓아왔고 범야권 2위인 최 전 원장(6.0%)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가족 문제(윤석열)나 과거 부적절한 행적(이재명) 등 여러 요인이 지적되지만 핵심은 결국 대권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 민심의 동요라는 분석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위기에 대처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에 뚜렷한 확신을 못 주거나 불안감을 안기는 경우가 잦았다는 이야기다.

가령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와 방송 인터뷰 등에서 모 여배우와 스캔들 관련 추궁에 "제가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응수하는가 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민생 현안에 "과감하게 (국회에서) 날치기 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특히 후자는 다수당의 입법 독주 등 일방적 국정 운영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민주당의 참패 한 요인으로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두지 말아야 할 악수 중의 악수였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원래의 이재명, 위험하고 뻔뻔하고 과격한 본성으로 돌아왔다"며 "날치기를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비정상적인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의 국회 운영은 사라지고, 재난지원금 80%를 고집했던 기획재정부를 없애버릴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최소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저 사람은 뭐를 할 거냐'에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에 하락 원인이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국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행보를 펼쳐온 윤 전 총장이지만 그 일정이나 메시지가 지나치게 '반문'(반문재인) 또는 '낡은 보수' 편향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김종인 전 위원장이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고 극찬해 관심을 모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 공공부문 축소,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선명하고 구체적 대안을 내놓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은 광주(17일)와 대구(20일)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동서통합', '국민통합' 화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듯하나 관심은 역시 국민의힘 (조기) 입당 여부로 쏠린다. 독자 행보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 커질수록 풍부한 인적·물적·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입당에 대한 유혹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입당을 둘러싼 선택은 그러나 '양날의 칼'과 다름없다. 명실상부 범야권 1위 주자의 입당인 만큼 보수진영 내 위상 강화 등 얻을 것도 많겠으나 윤 전 총장 스스로 강조한 중도층·탈진보층까지 아우르는 '압도적 정권교체'는 더욱 멀어지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지사도 윤 전 총장과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에 맞서 그간 자제해온 네거티브 공세로 맞불을 놓고 있는데 이는 이 전 대표 견제엔 효과적일지 몰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통합적·포용적 행보를 바라는 중도층의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

이 지사가 자신에게 반감이 큰 세력이자 민주당 내 최대 계파라 할 수 있는 친문진영에 근래 구애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에게 쏠리는 친문 표심을 차단하고 최대한 자기 쪽으로 모아오는 데는 유효할지 모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주도의 검찰개혁 등에 실망했던 중도층 민심은 거꾸로 이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시사저널> 기고에서 "민주당 당원과 지지층은 전통적으로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며 "대선에서 본선 경쟁력이란 결국 중도 확장성과 같은 얘기다. 집토끼의 지지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산토끼의 지지까지 얻어야 이길 수 있는 것이 대선이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가운데 누가 더 중도 확장성이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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