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베이징 특파원 지낸 기자
공산당 관리·홍콩인 등 목소리 담아
체제 변화 실상∼미래 향방 조망
한국 사회와 평화적 공존 방안 고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2027~2028년께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속 첨단기술과 군사력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 스스로는 지정학적·경제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확대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와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골고루 나누지 않음으로써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국가사업에 투자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의 중국 발전 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극심한 불평등과 부패,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눌러야 한다는 권력의 불안감, 억압적인 사회 통제 시스템, 첨단기술 감시와 권위주의적 정치, 그리고 애국주의 선동과 강압적 외교는 중국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중국식 민주가 있다"며 자신들의 위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중국식 민주주의에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한겨레> 박민희 기자가 지난달 펴낸 <중국 딜레마>는 시진핑 시대 중국 안팎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실상과 변혁의 불씨, 이들의 미래 향방을 내다보는 서적이다.

'왜 시진핑 시대 중국은 이 길로 가고 있을까'라는 저자의 오랜 고민에서 책은 시작됐다. 저자는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마주할 것인지가 한국 사회 앞에 놓인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한다. 그 때문에 책에서는 중국 문제를 공정하게 비판하면서 중국 시민과 연대하고 평화적인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없는지 고민한다.

책은 1부 안과 밖, 2부 설계자들, 3부 중화의 꿈 아래에서, 4부 변혁의 불씨, 5부 영합과 저항으로 구성됐다. 1부는 시진핑 국가주석 이야기다. 시진핑 절대 권력을 만들어낸 공산당의 위기의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2부는 시진핑 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해온 중국 관리들에 관해 썼다. 국가 이익을 절대시하는 체제를 설계한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이 서구가 주도해온 국제질서에 도전하며 중국 중심의 새 질서를 만들어 나가려는 구상과 실행 과정을 짚었다.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3부는 중화민족 부흥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주제다. 시진핑 시대 중국이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지워 한족 중심으로 교화시키면서 '중화 제국 부활'이라는 야망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부분이다. 4부는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민간 활동가들을 살펴본다. 더불어 코로나19 발생 초기 벌어진 비극적 상황을 전하려 했던 시민기자들, 권위주의와 가부장제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들이 억압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5부는 기업가들과 감시사회, 국가자본주의를 풀어썼다.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은 감시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소개하고 시진핑의 통치 의미를 되짚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관리들, 반중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 공장 노동자의 길을 선택한 청년, 굴지의 기업가 등 모두 20명의 인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파원 시절 중국에서 취재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되짚어보고,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변화와 기원도 살펴본다.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근경과 원경에서 본 시진핑 시대와 중국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며 "지도자와 고위 관리들, 기업가들뿐 아니라 사회의 아래에서 분투하고 변화를 만들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출판. 285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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