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가계·기업 재정건전성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려고 빚을 냈는데, 그만큼 수익이 났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주식 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집도 없는 처지에서는 허탈감이 들었다. 주변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을 때 같이 했어야 했나?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샀어야 했나?

지난해부터 부동산·주식과 관련해 '벼락거지'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사실 알뜰살뜰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처지에서는 분명히 자산도 늘었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박탈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고,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고, 투기 목적 주택은 팔라는 강한 메시지를 내놔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부동산 불패' 인식 때문이다. 어쨌든 사놓으면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축해도 집값이 더 많이 오르고, 그런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줄이고 재분배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땅을 가진 만큼 세금을 매기고 걷어 기본소득 등 형태로 재분배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 장래희망 우선 순위에서 '건물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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