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허점 파고드는 진영놀이만
왜 모여 앉아 대안 모색하지 않나

영국의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지구 자원의 한계는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말했다. 이 말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맬서스주의자'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의 뿔(Cornucopia)'처럼 기술 발전이 사회적 필요를 메워줄 뿐 아니라 무한한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가 더 새로운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사람들을 '기술만능주의자'라 한다.

이 두 집단 사이의 학술적 논쟁과 충돌은 오래도록 계속해 왔다. 최근에는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를 중심으로 점점 더 극단적으로, 또 정치 이데올로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요사이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탈원전 반대 발언으로 다시금 이슈화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탈핵을 선언했다. 이에 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탈원전저지특별위원회는 2019년 '탈원전을 멈춰야 합니다'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발제자로 미국 친원전 환경운동가 마이클 셀렌버거를 초청했다.

바로 이 마이클 셀렌버거가 쓴 책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Apocalypse Never)>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성장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환경문제는 가난의 결과일 뿐 모든 이가 부유해지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셀렌버거가 예전부터 해오던 것으로, 기후 및 에너지 문제는 원자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학자 피터 글릭은 예일기후대응모임(Yale Climate Connections)에 올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서평에서 셀렌버거가 '환경주의와 기후과학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셀렌버거가 상대의 진짜 주장이 아닌 다른 주장을 만들어놓고는 이를 논파하는 오류를 말하는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있으며, 원자력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보다 옹호하고, 인신공격을 저질렀다고 썼다.

이에 대해 마이클 셀렌버거는 "내 책은 최신 과학 연구 결과와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했으며, 이를 근거로 원자력을 에너지원에서 배제하지 말 것을, 그리고 원자력 기술을 옹호하는 이들을 인신공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마이클 셀렌버거와 피터 글릭은 기술만능주의자와 맬서스주의자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과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개 거대 담론은 다 이런 식이다. 죽자고 서로가 각자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모든 이유는 '~을 위함'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이들 주장을 듣고 오로지 정치적 편향을 기반으로 한, 편 가름에 동참할 뿐이다. 나는 이들이 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오류를 수정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자기편끼리만 모여 앉아 상대 논리의 허점만을 파고드는 진영놀이! 현실 정치와 닮았다.

지구와 닮은, 지구와 가까운 행성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답을 찾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한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셸 마요르의 말에서 해답을 찾는다. "외계 행성은 너무 멀다. 아직 살 만한 우리 행성부터 보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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