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효과 카드 조합에 승부 건 게임
후보들 능력치와 당 환경에 대입해보면

TCG라는 게임 장르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잘 아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장르다.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소수의 마니아만이 하고 있어 그렇다. 비록 소수이지만 충성도가 높아 게임시장에서 나름 굳건한 위치를 갖고 있다.

TCG는 'Trading Card Game'의 약자다. 카드 게임이라고 하면 포커에 쓰는 카드라든지, 화투에 쓰는 카드를 쉽게 떠올릴 텐데, 그런 것과는 다르다. 포커와 화투는 카드보다는 그것을 이용해 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TCG는 카드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카드를 거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를 끈 TCG는 <유희왕>이다. <유희왕>의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들이 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상대방과 카드를 던지고, 그 카드에 적힌 로봇들이 AR(증강현실)로 나타나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딱지'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A4 사이즈의 마분지에 여러 개의 동그랗게 생긴 조각들이 뚫려 있고, 각각의 조각에 당시 유행하던 만화의 한 장면이 인쇄되어 있는 딱지 말이다. 그 딱지를 갖고 친구들과 여러 가지의 게임룰을 설정해 놀이를 했다. 그런 딱지가 좀 고급스러운 인쇄와 정교한 게임 설정을 한 것이 TCG라고 보면 된다.

대선판이 한창 뜨거워지고 있다.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니까 열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당은 후보 경선이 시작됐고, 야당들도 후보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대선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TCG 게임판처럼 보인다. 각각의 후보들이 한 장의 카드라고 치자. 현재 여당의 '덱'(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 뭉치)에는 6장의 후보 카드가 있다.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박용진, 추미애, 김두관이다. 야당은 한창 덱을 구성하기 위해 카드를 수집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하태경 등이 당 안에 있는 카드들이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 정부로부터 '트레이드(Trade)'해 온 카드다. 그리고 윤석열 카드를 트레이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TCG 카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공격력, 방어력과 같은 능력치가 표시된 캐릭터 카드와 '버프(buff)' 혹은 '너프(nerf)'가 발동되는 효과 카드다. '버프'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능력치를 향상시키고, '너프'는 반대로 능력치를 하향시킨다. 여당은 6장의 캐릭터가 덱에 있고 여러 효과 카드를 갖고 있다. 야당도 당내와 외부에 여러 장의 캐릭터 카드와 효과 카드를 갖고 있다. 캐릭터 카드의 능력치가 높더라도 효과 카드를 잘못 내밀면 게임에서 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여당은 덱에서 이재명과 이낙연 카드 중 한 명의 캐릭터 카드를 꺼낼 확률이 크다. 두 캐릭터 카드는 능력치가 상당히 높은 '레어(Rare)' 등급 이상의 카드다. 하지만, 효과 카드들이 '조국', '부동산' 등 너프 카드 일색이다. 야당의 덱에 있는 캐릭터 카드들은 대부분 '노멀(Normal)' 등급이다. 그나마 트레이드 중인 윤석열 카드가 '레어' 등급이다. 하지만, 윤석열 카드의 능력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슈퍼레어 등급일지 노멀 등급일지 미지수다. 효과 카드를 잘 사용해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이준석' 효과 카드가 버프와 너프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유희왕>에 이런 대사가 있다. '정말로 소중한 카드에는 마음이 들어 있어.' 대선 후보 카드에 국민의 마음이 들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