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만드는 대통령 후보, 안타까워
'위대한 힘에 큰 책임 따른다'명심하길

"윤 선생. 텔레비전에 나왔던데." "요즘 정말 잘나가는 거 같아!" "조금 있으면 정치인 되겠네." 주변 지인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뉴스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번갈아 출연하는 바람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엔 길거리에서도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몸과 마음이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 나도 출마해볼까? 시장이 좋을까, 교육감이 좋을까.'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세상을 제대로 바꿔 보려면 어느 쪽이든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으로 시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교육'을 꿈꿔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도 슬며시 등을 떠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출마 결심이 굳어진다면 101살 동네 어르신부터 찾아가 말씀부터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구체적인 표현은 삼가면서 살짝살짝 의중을 떠보았습니다. 먼저 이야기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땅값·집값 이야기, 세금, 교육, 경제 이야기, 생태·환경 이야기, 정치 이야기 등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에도 관심 가졌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젊은 친구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지나온 삶에 대한 점검도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니 잘못한 일도 참 많았고, 부족한 부분들도 훤히 보였습니다. 동시에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에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면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들, 전국의 자치단체장들, 그리고 도의원, 시의원들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아!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열 형'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부터 성과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윤석열과 윤병열'을 비교하며 질문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항렬이 같으니 형이겠네!"라며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순간 세간의 주목을 받던 시절. 잠시 우쭐했던 옛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석열 형이 옆에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지면으로나마 대신해 볼까 합니다. 석열 형의 그간 행보를 보면서 든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은 무척 안쓰러워 보입니다.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가는 듯해서 그렇습니다. 언론이 만들어가는 대통령 후보란 생각도 듭니다. 조그마한 사실 한 가지도 크게 부풀려 신문 지면과 텔레비전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석열 형 몸과 마음을 우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온 가족이 탈탈 털리는 상황까지 몰릴 게 불 보듯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맘고생이 얼마나 심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또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만 보아서는 대체로 '성장 중심', 과거에 발이 묶여있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합니다. 자기 정당성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도 많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권력에 대한 욕심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선한 권력 의지'이길 바랄 뿐입니다.

석열 형! 끝으로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위대한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명언인 듯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멋진 형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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