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한자 시험
교만한 자기 과시가 낳은 극심한 갑질

서울대학교 학생처장님, 안전관리팀장님. 두 분. 자리 와서 앉아 보이소. 듣자 하니 공부 좀 어부 하셨나 본데요. '축복' '축별' '축성'. 이 세 가지 용어 차이점을 설명하고, 그 쓰임새를 서술해 보이소. 머 잘 모르겠다고요?! 괜찮습니다. 저는 두 분이 모르신다고 해서, 머. 나무라거나, 비난하거나, 창피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가톨릭 전례에 대하여 따로 공부하지 않으시면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천주교 신자들도 잘 구분 못 하는 용업니다. 굳이 알고 싶으시면 주변 신부님이나 수녀님께 여쭤보십시오. 잘 설명해 주실 겁니다.

누가 뭘 더 많이 알고 있는가, 적게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각자 일하는 전문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알면 되는 겁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의 질문을 하면 당신들 두 분은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기 당신들이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어서 알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은 한자 쓰기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께는 그분들 나름의 전문 지식이 있는 겁니다. 그런 분들께 한자 쓰기 시험을 치게 하고,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매기셨다면 그건 갑질이 맞습니다. 그것도 아주 극심한 갑질입니다. 청소 노동자들께서 자신들이 한자 쓰기 같은 암기 지식이 부족해서 청소를 한다는 쓸데없는 자괴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학생처장님, 안전관리팀장님. 두 분의 '행우지'는 아주 '교만한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 갑질입니다. 이런 짓거리는 대부분 마귀들이 하는 뻘짓거립니다. 마귀들은 사람 마음속 조그만 교만의 틈 속을 파고들어 자기 과신과 자기 과시를 부추깁니다. 그리고 그 '행우지'의 결론은 자기보다 더 못하다고 여기는(착각하는)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 까부는 갑질로 나타납니다. 아주 천박하고 거지 같은 마귀 장난이지요.

마귀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거룩하게 기도하며 성수를 뿌리는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방법 보다는 '결자해지'라는 동양사상에 입각하여, 청소 노동자들을 괴롭힌 마귀이니만큼, 청소도구인 빗자루 '몽뎅이'로 '다리 몽뎅이'를 호되게 후려갈기는 것이 더 적절하다 싶어서 권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대 후려 맞으면 정신 좀 차리게 될 겁니다.

두 분처럼 사람을 높낮이로 나누고, 가르고, 판단하는 모든 이들이, 한 대 쳐 맞으시고, 사람을 오로지 사람 그 자체로만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께 의탁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서울대 청소 노동자들께 저질러진 갑질을 바라보며 아픈 마음으로, 서울대 학생처장과 안전팀장에게 편지 형식으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한, 내가 너보다 더 높다는 교만함이 사라지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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