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농민을 최대한 생생히 전하되
고생 뺀 귀농귀촌 이야기 쓰고 싶지 않아

밀양시와 창녕군은 대표적인 농업지역이다. 깻잎과 딸기, 마늘과 양파 같은 작물의 두 지역 점유율은 높다. 취재현장에서는 농민들을 자주 만나고, 밀양시청과 창녕군청에서 제공하는 농업 관련 보도자료도 많다. 그래서 농업기사를 자주 쓰게 됐고, 어떻게 써야 제대로 된 농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나는 농사에 경험도, 자질도, 취미도 없는 편이다. 동네 인근 주말농장에서 두 줄짜리 밭농사를 3년 짓다가 별 재미가 없어서 접었다. 맨손과 맨발에 흙 묻히는 게 그나마 좋았는데, 그걸 본 이웃 농민이 기겁했다. "그러다가 진드기한테 물리면 어떻게 할 거냐"면서. 쑥쑥 자라는 고추·상추를 딸 때나 더울 때 방울토마토 따 먹는 재미가 있었지만, '비닐 멀칭'을 하고 두둑을 일정한 높이로 유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농사 능력과 상관없이 농업과 농촌, 농민을 최대한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 직업으로서 농업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믿기 때문이다. 농업을 준비하는, 또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정보 수요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농촌을 승화하는 논리나, 비화하는 논리들 모두 전하고 싶지 않다. 예를 들면 고생한 이야기나 배경은 쏙 뺀 '청년 창업농' 홍보 기사나, 들어오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귀농귀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직접 농사지으면서 수십 년 농촌행정을 해온 창녕군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다. "청년 창업농을 많이 권장하는데, 사실 어려운 일이다. 농지를 구하고 비닐하우스 같은 장비를 갖추는 데 최소 억대가 들기 때문이다. 청년으로서는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는 한 곧바로 창업하기는 어렵다." "요즘 농민들은 전부 다 자기 땅 가지고 농사짓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예전 소작농까지는 나쁜 조건이 아니지만 부재지주 같은 이들에게서 땅 빌려 농사짓는 사람 많다. 지주와 소작인은 아니지만, 대농가와 소농가는 존재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런 정보를 전하고 싶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는 전국 청년들이 모여 농업을 배우는 '젊은협업농장'이 있다. 2∼3개월짜리 단기과정부터 1∼2년짜리 장기과정도 있다. 이곳 정민철 상임이사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청년 창업농'을 말하지 않았다. "농사부터 배워야지 무슨 창업인가? 기본과정이 1년인데 지금은 4명이 농사를 배운다. 2주부터 2개월까지 단기과정에는 더 많은 청년이 있다. 전국에서 오는데, 농사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닐하우스 두 동(400평 정도) 농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또, 예비 농민들에게 "정작 중요한 건 농사가 아니라 주민들과 관계"라고 했다.

"농사보다 농촌사회 경험이 더 중요하다. 도시에 살던 상식으로 농촌마을을 이해할 수가 없다. 농사가 힘들어 나가는 청년보다 농촌사회를 이해 못해 나가는 청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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