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3사 노조 요구 논란
노인 74% "70세 넘어야 노인"
점점 길어지는 중년기 반영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와 가장 늙은 나라는 어디일까? 2019년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가장 젊은 나라는 아프리카 '니제르(Niger)'다. 전체 인구 중 49.8%가 15세 미만 어린이다. 반면 가장 늙은 나라는 '일본'으로 전체 인구 28%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미만 인구 비중은 12.7%로 191개 국가 중 끝에서 네 번째다. 이에 반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5%로 상위 48위다.

생각보다 우리나라 고령자 비중의 순위가 높지 않은 것 같아 상위권 국가를 살펴보니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유럽 국가였다. 그래서 그런지 고령자 인권 문제가 유럽에서는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2018년 한 네덜란드인이 법원에 '자신의 나이를 20살 줄여달라'고 벌인 소송이다. 소송을 벌인 이는 당시 69세인 에밀 레이틀밴드로 1949년생이었다.

그는 '법적 나이는 자신의 젊은 육체와 정신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리고 법적 나이 때문에 재취업과 연애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금을 포기할 테니 법적 나이를 49세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엉뚱한 소송인 것 같지만, 일본 도쿄 노인의학연구소 연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 연구소는 2007년 기준 87세인 일본인의 건강과 체력 수준이 1977년 당시 70세인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30년 만에 무려 17살이나 젊어진 것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유럽과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65세 이상자 1만 명에게 '노인은 몇 살부터라고 생각하는지?' 조사를 벌였는데 10명 중 7.4명은 최소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유럽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고령자들은 과거 세대보다 본인의 육체와 정신이 젊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틀밴드 주장처럼 아직 우리 사회는 법적 나이를 기준으로 고령자를 일괄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현실에서 종종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벌어진 정년 연장 문제다.

지난 6월 중순 완성차 3사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정년 연장 입법화를 위한 국민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한창 일할 수 있는 60세에 퇴직하면 노동인력 부족 사태와 퇴직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니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맞추는 것이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68년생은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정년을 연장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년을 60세로 늘린 것이 2016년으로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시기상조다,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어느 한쪽의 주장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2019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연령인 가동연한 상한선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바꾼 적 있다.

1989년 이후 30년 만에 바뀐 판결로 우리 사회도 이제 노년기가 아니라 중년기가 점점 더 길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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