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이준석 대표 합의 발표
국민의힘 당내 반발 격화 철회
민주당 일부 대선주자도 반대
'80% 지급'정부 수정여부 관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총 3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용처를 놓고 여야는 물론 각 당 내부에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13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 심사와 1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질의를 시작으로 추경안에 대한 '밀당'이 본격 개시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소득 하위 80%'로 한정했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국민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12일 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와 이후 번복·철회 소동은 향후 추경 논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 차원에서 하위 80% 지급안마저 '선거용 매표행위'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 반발이 거세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양당 대표 합의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온 유일한 정치세력이었다"며 "소상공인의 시름이 어디까지 깊어질지 모르는 지금, 재난 충격을 전혀 받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무슨 정책 합리성이 있냐"고 이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제는 야당 사정만 복잡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 소신에 의해서든 경쟁자와 '차별화 의도'에서든 보편보다 선별 지원을 주장해온 여권 대선주자들도 12일 밤 합의를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와 전쟁이 장기화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받는 고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해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추경을 다시 짠다는 심정으로 심의해야 한다"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에 합의해야지 왜 엉뚱한 합의를 하느냐. 재난지원금 합의는 하더라도 방역 상황이 조금 안정된 후에 해야 한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현재로선 민주당 지도부 의지대로 재난지원금 확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위 80% 지급안에서 제외되는 계층의 불만이 상당한 데다, 선별에 들어가는 행정비용 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는 13일 "현재의 분류 방법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은 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 맞벌이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 80% 국민 선별 방식도 논란이 많고, 몇가지를 정리하면 충분히 100%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코로나 4차 대유행도 외려 전 국민 지급의 근거로 삼는 민주당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역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추경안 심의도 이를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며 "강화된 방역수칙을 함께 감내하는 국민에게 편안한 방식으로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관건은 정부 태도다. 정부는 총 10조 4000억 원을 투입해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소상공인에게 3조 9000억 원 규모의 피해 지원을 하는 내용의 추경안을 수정할 의사가 아직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관한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정 운용은 정치적 결정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거의 없었던 만큼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 5분위 계층에 주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는 그분들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되는 방향으로 정부 기준을 탄력적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국민 80% 지원금에 병행해 소상공인도 가능한 한 두텁고 넓게 피해보상을 하고자 했다. 정부 지원 방향이 국회에서 잘 존중됐으면 한다"고 했다.

하위 80%든 전 국민이든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현재의 4차 대유행이 잦아들고 거리 두기가 완화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면 봉쇄 직전 가장 강력한 거리 두기 조치인 4단계가 적용된 상황에서 소비 지출과 대면 접촉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전면화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12일 송영길·이준석 대표 회동에서 양당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그 시기는 방역 상황을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었다. 애초 8월 하순이나 9월 추석 전 지급이 유력했으나 확진자 추이에 따라 하염없이 미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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