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바이오 랩허브 유치 실패 살펴보면
지자체 간 실효성 있는 협력 부족 보여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복기(復棋)다. 한 번 둔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보는 일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기대를 모았던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이 인천으로 결정되면서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남은 부산·울산과 함께 양산에 사업을 유치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구상이 구체적 실천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공모에서 '부울경'이라는 협력체계를 갖춘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협력체계가 실효성 있는 행동으로 옮겨졌는지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은 애초 대전시가 처음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은 2년 전 허태정 시장이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바이오 창업 지원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정부에 사업을 제안하고 이후 꾸준히 바이오산업 육성을 준비해왔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인천 역시 중소벤처기업부가 밝힌 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바이오 대기업이 있어 대전과 더불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경남이 후보지로 내세운 양산은 후발주자였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준비가 탄탄한 대전과 인적·물적 자원을 갖춘 인천을 앞지를 수 있는 강점 가운데 하나가 '지역파급효과'였다.

경남은 부울경 메가시티 중심에 있는 양산에 사업을 유치해 김해 강소연구특구·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와 함께 부산권 의료관광산업·울산권 게놈산업규제자유특구를 아우르는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부울경 협력을 이끌어냈다.

애초 부산은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 유치를 추진했다 중기부 현장평가가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사업을 포기하고 경남도와 협력을 약속했다. 처음부터 공모에 나서지 않았던 울산은 공동유치에 합의했지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김경수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구성한 유치위원회 면면을 봐도 부산·울산지역 인사 참여는 부족했다. 특히, 여야 없이 정치권이 대거 참여한 다른 지역과 달리 경남 유치위원회에는 양산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만이 이름을 올렸다. 전국 대부분 광역단체가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치열했지만 정작 부울경 정치권은 침묵을 지켰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려는 성격이 짙다. 규모에서 수도권 다음이라는 부울경은 최근 광역철도망 구축과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문제 등에서 일정 협력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제대로 된 동반상승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 실패 과정은 부울경 협력모델이 갈 길을 또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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