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들 업무 중 갈등·좌절 겪어
사회복지 개념·사상·철학과 교육 필요

작년 여름 후배에게서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봄부터 교육을 받고 필기시험을 치고 실기 과정까지 마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첫 시험으로 국가 자격증을 따서 무척 기뻤다며 봉사도 하고 돈도 벌게 되었다며 끝까지 잘 해보겠다는 포부까지 밝힌 후배를 응원했다.

얼마 전 만난 후배의 얼굴은 어둡고 초췌했다. 불현듯 후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후배는 그동안 요양보호사로 여러 가정에서 일하면서 많은 환자와 가족을 만났으며, 많은 일을 겪었다며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년간 겪은 일을 털어 놓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후배를 보며 그동안 마음에 상처를 얼마나 입었는지 안쓰러워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시니어 사업이 발달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 중 하나가 요양보호사이다.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눈에 띄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재가노인 복지시설 등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도 많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은 병원과 가정에서 요양이 필요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 장애인의 활동을 보살피고 돕는 일을 한다. 그뿐 아니라 취사·청소 등 일상 지원과 말벗도 해드리고 상담 조언 등 정서적 지원도 하기에 후배는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다고 한다.

일은 필수노동이지만 일자리는 늘 벼랑 끝에 있다는 것이 요양보호사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노후 대비로 자격증을 따서 어르신을 돌보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돈도 벌어보겠다는 요양보호사들은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는 일들로 좌절을 많이 하고 있으며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문제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었으며 의식의 흐름인 것 같다. 물론 요양보호사도 편견 없이 어르신을 대하는 인식이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진정한 요양 생활에 이르기 위한 과도기의 과정일지 모른다. 서로 인식의 준비 없이 맞이한 요양활동에서 빚어진 갈등 같다.

요양보호사는 요양대상자 관련 업무만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족들과 함께 있을 경우 업무가 애매해서 집안 전체의 가사까지 하거나 업무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의 자존감을 잃을 뿐 아니라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소연을 한다. 요양병원 측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영상으로 배운 실습이 미숙하고 중증환자들을 기피하는 요양보호사가 많아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고 한다.

양측의 말을 들어보면 서로 생각이 다르고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계속되는 것 같다. 인식의 차이를 줄이려면 노인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요양보호사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개념과 사상과 철학이 필요한 것 같다. 그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고 일반인도 요양보호사를 대하는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나마 요양보호사의 공익광고를 통해 일반인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시설종사자로서, 환자로서, 환자의 보호자로서, 요양보호사로서의 인식을 바꾸며 올바른 모습을 인지하여 서로를 배려한다면 갈등의 시간은 짧아질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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