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격차, 경제 넘어 사회적 불평등 포괄
균형 역행하는 문체부를 어찌 이해할까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 면적 10만 387㎢의 11.8%에 불과한 서울·인천·경기지역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기형적인 수도권 중심 나라이다. 인구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은 이미 2017년 50%를 돌파했는데,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ISIS)에 따르면 1971년 34.1%에서 2002년 49.5%에 이른 것을 노무현 정부가 과감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2011년 48.2%까지 떨어뜨렸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균형발전 정책이 중단되고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다시 뒤집어졌다. 그러니까 전국 생산의 절반을 수도권이 틀어쥔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등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누리게 되었고, 경쟁력 있는 산업과 경제활동이 집중되면서 비수도권과 지역격차가 심화되었다.

지역 불평등을 지칭하는 용어인 '지역격차'는 경제적 불평등은 물론 교육·문화·복지 등 사회적 불평등까지 포괄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 5개년 계획'에서 "수도권으로 자원이 집중되고 전국적인 도시 쇠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미술관을 서울 용산과 송현동 중에서 짓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립미술관은 청주의 개방식 수장고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있다.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건립한다면 올해 완공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2024년 지어질 국립한국문학관 또한 인천과 서울에 건립 예정인 만큼 수도권 문화집중 현상은 더욱 비수도권과의 지역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지역격차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문화·사회·경제적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분배되지 못한 비수도권 주민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잃는다는 데 있다. 결국 정부 정책은 지역격차를 줄일 수도 있지만 키울 수도 있는데,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결정이 격차를 키우는 사례가 된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허공에 맴돌고 있지만,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문화분권은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지지부진하고 교육 혜택·문화 향유 등 국가 균형발전 정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에는 국가정책 영향이 컸다. 그래서 정부는 균형발전정책에서 단순히 산업·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복지, 문화, 서비스 등 지방정부에 대해 입체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 지역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돕고 경제·문화·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을 지역에 분산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균형발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시 수도권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향유 증진이나 문화도시 지원은 비수도권의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

문화분권에 역행하는 문체부 선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균형발전'이란 의미는 퇴색되고 무엇이든지 '서울'로 집중되는 현실을 보면 정녕 현 정부 기조에 '문화분권'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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