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거리 만들어보자'
창원시민뮤지컬단 창단
17명 맹연습 9월 첫공연

6일 오후 8시 35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1층 중연습실. 창작뮤지컬 <을의 세탁소>에서 주인공 '노을' 역을 맡은 이종우(30) 씨가 상대 주인공 '여주' 역을 맡은 이지원(27) 씨 손을 붙잡았다. 양손으로 이 씨의 손을 꼭 잡은 그는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다"며 대뜸 사랑을 고백했다. 이 말을 들은 상대 배우는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로 입을 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늘 함께 있어달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창원시민뮤지컬단 소속 강사들은 대사가 이어지는 중간중간마다 툭툭 조언을 던지며 연기 지도를 했다. 강사진 입에서 이런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손을 좀 더 써주세요.", "지금 들어오세요.", "노래 크게 하세요."

이들이 연습 중인 창작뮤지컬은 오는 9월 의창구 팔룡동 창원청년비전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꾹 참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창원시민뮤지컬단이 창단 이후 처음 제작한 공연이다. 지난 2월 창단한 극단은 이진석(34) 단장과 강사 4명·배우 12명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평균 연령은 32세로 청년층이 주축이다. 단장을 비롯해 대부분 연기 비전공자가 단원으로 참여 중이다. 전 단원은 화요일마다 3·15아트센터 등에 모여 3~4시간씩 연습한다.

극단은 창원청년비전센터 지원을 받아 함께할 배우를 공모, 오디션 과정을 거쳐 단원을 최종 선발했다. 합격한 단원은 경찰관·사회복지사·문화기획 사무직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직장인들로, 2 대 1 경쟁률을 뚫고 극단에 들어왔다.

▲ 창원시민뮤지컬단 단원들이 6일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1층 중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br /><br />
▲ 창원시민뮤지컬단 단원들이 6일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1층 중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번에 주인공을 맡은 이종우 씨는 사회복지사다. 그는 "정식으로 무대 공연에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일하면서 틈틈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며 "단원 모두 단체연습이 있는 화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할 만큼 극단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지원 씨도 "단체연습을 할 때면 한두 명씩 빠질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빠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다른 단원들을 보면서 많이 자극받고 있다. 가능하다면 내년에도 단체에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석 단장은 창원에 청년이 즐길 '놀거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극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청년이 주축이 된 뮤지컬 극단은 이곳이 유일하다. 극단은 앞으로 단체 수익 전액을 지역 청년들에게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이며, 당분간은 성공적인 공연을 펼치고자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이 단장은 "창원에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많은 시민이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커 단체를 설립했다"며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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