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청량산 공사 개시
주민들 반대 현수막 내걸어
"송전탑 취소된 줄 알았는데"
오늘 주민 설명회 개최 예정

한국전력이 서마산 송전선로 사업 공사에 들어가면서 월영동 송전탑 갈등이 다시금 격화할 전망이다. 일대 주민들은 청량산 부지 송전탑과 고운초교 옆 지중선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전 측은 주민 요청에 따라 8일 추가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 최초 승인 후 수차례 갈등 = 지난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곳곳에는 '송전탑 건설 반대' 현수막이 붙었다. 월영동주민자치회·월영2차현대아파트·월영마린애시앙 등 인근 주민들이 주체다. 이 현수막은 지난달 한전이 청량산 내 송전탑 공사 개시를 월영동행정복지센터에 통보하면서 내걸리기 시작했다. 공사는 장맛비로 잠시 중단됐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한전이 착공한 사업은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승인받은 '154㎸ 서마산분기 송전선로 증설사업'이다. 이 사업에 얽힌 갈등을 이해하려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업 원안은 예곡·가포·월영동 일대에 154㎸ 송전탑 5기를 세우고 가공선로(공중 송전선로)·지중선로(땅속 송전선로)를 서마산변전소까지 연결하는 내용이었다. 취지는 창원시내 15개 변전소 중 마산변전소만 단일계통이라 전력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량산 안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013년 인근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기존 송전탑과도 가까웠던 율곡마을은 마을 전체가 송전탑으로 포위된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월영동 주민들도 주요 산책로로 이용하는 청량산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12월 청량산 등산로를 따라 송전선로를 지중화한다는 한전·주민 합의안(지중화 1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중화 선로가 신월초등학교와 월영마을 공동주택단지 옆을 지나게 되자 이곳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2017년 이 대안도 무산됐다. 이후 한전은 지중화선로를 가포부영 공동주택(이하 가포부영) 옆으로 옮기는 대안(지중화 2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송전선로 사업은 월영동 주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청량산 송전탑 건설은 취소됐고, 대안으로 추진되는 지중화 노선도 멀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청량산 산책로 입구 공영주차장에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창우 기자
▲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청량산 산책로 입구 공영주차장에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창우 기자

◇올해 갈등 재점화 = 2017년 이후 이 사업 논란은 잦아들었다가, 지난 3월 월영마린애시앙(이하 마린애시앙)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로 다시금 수면 위에 올랐다. 가포부영 앞 케이블 헤드(C/H·가공선로를 지중화하는 구간)에서 서마산변전소까지 이어지는 지중선로가 마린애시앙과 고운초등학교 바로 옆을 지난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청량산 쪽과 달리 애초부터 지중화 선로였다. 하지만, 마린애시앙은 2015년, 고운초는 2019년 착공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한전과 협의할 주체가 없었다. 마린애시앙 주민들은 바뀐 환경에 따라 지중선로를 더 깊이 매립하거나 선로 자체를 경남대 앞, 혹은 해안대로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5일 성명에서 "다른 곳에서 거부당한 공사를 어떤 통보도 없이 진행한 행태가 한전이 내세우는 '신뢰와 소통'에 부합할까"라며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공론화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청량산 송전탑 계획이 되살아난 것이다. 한전은 2017년 지중화 2안이 가포부영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지중화를 포기했다. 대신 원안에서 송전탑 1기를 추가해 가공선로를 율곡마을로부터 떨어트리는 대안을 냈고, 가포부영·율곡마을과 합의에 성공했다. 이 계획은 올해 산업부 승인을 받았고, 마산합포구 개발제한구역 행위허가를 얻어 지난달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달에야 이 사실을 안 월영동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현수막을 붙이며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민 박모(66·월영동) 씨는 "2013년 지중화 합의가 무산된 적은 있지만, 구간이 문제였지 지중화 자체가 취소된 줄은 몰랐다"라며 "이제 청량산에 송전탑이 들어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수막을 보고서야 알았다"라고 말했다.

한전 남부건설본부 관계자는 "2019년 월영동행정복지센터에서도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 모두에게 일일이 알릴 방법은 없었다"라며 "요청에 따라 8일 월영동주민센터와 마린애시앙에서 각각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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