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기관 간 시너지 고려"
지역 유치 경쟁·반발 등 의식
"연 3회 이상 지역순회전 개최"

창원·진주·통영·의령을 비롯한 전국 4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해 관심이 집중된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결국 서울로 결정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 3181점을 기증한 이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는 총 10차례 논의를 거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아울러 서울 외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지역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결정과는 별도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더욱더 강화하고, 권역별 분포와 수요를 고려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지역별로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이건희 기증품 관련 전시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지역까지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예견된 결론이라는 해석이 많다. 황 장관은 지난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정부의 도리"라며 "수도권은 많이 볼 수 있는 접근성이 있는데, 미술관을 지방에 두면 유치경쟁 과열 등으로 엄청난 국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체부는 이날 회견에서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서울 용산 또는 송현동으로 정한 핵심 이유를 '유기적 협력체제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기증품 2만 3000여 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면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드는 조사·연구·전시·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증관(미술관)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만한 충분한 입지 여건을 갖췄다. 새로 건립되는 기증관과 두 기관이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박물관과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또 "동서양, 분야, 시대, 유형을 망라해서 수집된 이건희 기증품의 통합성을 바탕으로 기증품의 융·복합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기증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문서와 서적 등 전적류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구 소재) 등과 협력하고, 삼성리움미술관(서울 용산구 소재) 등 국내외 박물관·미술관과 협력해 다양한 교류·전시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황 장관은 "기증자의 가치와 정신을 반영하고 국민의 문화 향유를 한꺼번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로) 결정했다"며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물론 산업적 가치도 올릴 수 있는 최적점을 찾았다. (지자체 요구대로) 공모를 했다면 행정력 등 여러 비용 문제, 치열한 경쟁 등이 있었을 텐데 탈락했을 때 허탈감이 더 클 것이다. 국가 전체 이익을 고려했다"고도 했다.

이 전 회장 기증품에는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불화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보물 46건)을 비롯해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의 대표작이 포함돼 있다.

기증품은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동시 개최하는 '국가기증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을 시작으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전국 13개 국립지방박물관과 권역별 공립박물관·미술관 및 이번에 별도로 기증받은 지방박물관과도 협력해 지역에서도 이건희 기증품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