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하는 사정 무엇이든 괜한 오해 불러
주민 밀접한 지방의원 청렴 더 선명해야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벌여온 자치단체들이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한 후 수개월째 여론의 추이를 떠보는 간 보기 작전이 진행 중이다. 시중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투기를 의심할 만한 사례가 없다거나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 아래 대부분 종결 수순을 밟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경우 3~4월에 한 달 동안 도청 소속 4급 이상 공무원과 사업 추진 부서 및 인허가 업무에 종사했던 직원과 직계 존비속, 그리고 경남개발공사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투기 여부를 조사한바 4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으나 이마저 뚜렷한 투기 정황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흔히 말하는 '맹탕 조사'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개발 예정지가 많은 김해와 거제는 아예 투기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려 자체 조사의 한계점을 실감케 만들었다. 진주시는 예방 차원에 무게를 둔 투기방지 대책을 선보이느라 바빴고 창원시는 그나마 의심을 받을 만한 11명을 찾아내 그중 3명을 수사 의뢰했다는 중간 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아서는 빈 수레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기는 경남만 그런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대부분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상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선량하고 양심 가진 공무원'들의 인격은 존중돼야 하고 사생활의 비밀은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진짜 문제는 그 집단보호막에 가려 숨죽이고 있을 투기상습자들의 방어본능이다. 그렇다면 선출직은 어떨까. 경남도의회에서 한때 강력하게 제기된 전수조사 의원 자진 참여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더니 결국 구렁이 담 넘어가듯 태풍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내부 진통이 전혀 없지야 않겠지만 의원 개인별, 또 정당 차원의 이해타산이 제각기여서 공론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의정활동을 통해 습득한 개발정보를 부동산 투기로 연결시켜 이득을 올린 의원이 있다면 그는 한사코 반대 대열에 서거나 소극적 자세를 취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선출직 공직자인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기피하는 저간의 사정이 무엇이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깨끗하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따라서 당당하다면 의회이기주의에 기댈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권익위 조사를 받기 시작한 국민의힘의 선택은 그런 면에서 진일보한 자기혁신의 일면이라고 할 만하다. 그 정신을 이제 아래로 접목할 차례다. 청렴 의무는 주민과의 관계가 한결 밀접한 지방의원들에게 더 선명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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