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더 가까이' 김탁환 작가의 당부
소통 방식 바뀐 시대에 마음 깊이 닿아

'곁에서'란 말은 정겹다. 누군가 바로 가까이서 등을 토닥이거나 눈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SNS가 세상을 좁게 했다는데 정작 사람의 온기는 멀어진 시대이다. 그래서 더욱 서로의 곁으로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소통 방식이 바뀐 시대, 나의 곁을 내어주거나 타인 곁으로 다가서는 일은 쉽지 않다. 다가섬에 익숙하지 않아 사람 온기를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다가오는 사람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여 사람들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외로운 존재가 많다.

작가 김탁환 초청 강연이 '곁에서 쓰다'라는 주제로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 열렸다. 그는 유명한 작가이다. 무려 60여 종의 책을 집필했고 대부분 책이 장편이다. 나 역시 문단 말단에 작가라는 이름을 겨우 걸어놓고 있는 옹색한 처지라 한 권의 책이 얼마나 어렵게 태어나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무려 60여 종 책은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인지.

김탁환 작가를 만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창원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행사에서 뜻밖에 옆자리에 앉은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행사 중이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고 작가가 쓴 책 <거짓말이다>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진실을 인양하라 김탁환'이라 쓴 푸른 표지의 책은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관홍 잠수사 이야기였다. 시대 아픔에 말로 동참하기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몸을 움직여 먼 서울에서 그 자리까지 찾아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작가가 그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유가족들에게 힘이 될 듯했다.

이번 강연은 오래 기대한 끝에 열렸다. 작년 11월,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개관 때 인연이 됐는데 시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도서관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아 강연 장소 사용이 어려웠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법, 우리 도서관의 양재한 운영위원장께서 작은도서관이지만 큰 꿈을 꾸며 시민독서대학을 한 번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여러 난관이 예상됐지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예산 문제는 경남여성장애인연대와 함께 아름다운 가게의 아름다운 하루 행사로 해결했다. 그리고 총 5회차 강의 가운데 첫 번째로 김탁환 작가를 초청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오는 것도, 오지 않는 것도 걱정인 상황이었지만 강연회는 성황이었다. 작가는 몸을 움직여 대상의 곁으로 다가서서 자세히 관찰하고 오래 고민한 뒤에 쓰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고향 사람들이라 특별히 가르쳐 준다며 구상과 집필, 퇴고에 1:1:1의 시간을 투입할 것을 말했다. 자신이 <엄마의 골목>,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를 집필한 과정을 소개하면서 제목 그대로 곁으로 다가가서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대상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60여 종의 책을 썼다.

넘치는 정보의 시대이지만 곁으로 가서 쓰지 않고 검색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가짜라는 말,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작가의 말은 진솔했고 마음 깊이 닿았다. 특히 자신의 삶을 담은 책 쓰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어디 글뿐이랴. 세상의 모든 것이 곁으로 다가갈 때 더 잘 보인다. 곁에서 읽고 쓰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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