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김태호·홍준표 후보군
최재형·장기표도 출마 선언
대권 시사 여영국 더하면 6명

'큰 꿈'을 가진 인물이 많다고 자랑스러워해야 할까, 아니면 '헛꿈' 꾸는 분수 모르는 정치인이 많아서라고 씁쓸해해야 할까.

7월 5일 현재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가 확정됐거나 유력한 여야 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은 17개 광역시도 중 경남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엔 나란히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국민의힘·산청·함양·거창·합천)·김두관(더불어민주당·양산 을)·홍준표(국민의힘·대구 수성 을) 의원 정도만 대선후보로 분류됐으나 예상치 못한 '새 얼굴'(?)이 등장한 까닭이 컸다.

범야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창원(진해) 출신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해 태생의 장기표 국민의힘 김해을당협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당원들의 요구가 있다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사천 출신의 여영국(전 창원 성산 국회의원) 정의당 대표까지 더하면 경남은 총 6명이 된다.

경남 다음으로 대선주자가 많은 지역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윤희숙(국민의힘)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이며 부산·대구·전북·전남·충남이 각 2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태어난 부산을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유승민(국민의힘) 전 의원 출신지인 대구, 양승조 충남지사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고향인 충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의 기반인 전남 등은 여야와 정당을 넘어 골고루 대선주자를 포진시켰다.

원래 강원도 최문순 강원지사와 이광재(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2명이었으나 이 의원이 5일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1명으로 줄었다.

군사정권 종식 이후 김영삼-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경남 출신 대통령사(史)를 고려하면 새삼스럽지 않을 수 있으나, 타 지역의 2~3배가 넘는 이번 대선은 유독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드루킹 족쇄'를 끊고 출마했다면 10여 명에 이를 뻔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재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은 "경남은 3·15의거, 부마항쟁 등의 역사를 가진 민주화 성지이자 다수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 정치 변천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으로 선거 때마다 스윙보터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대선에서 여러 주자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관심도가 높고 거침없고 확실한 표현을 선호하는 지역 특색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했다.

경남은 오래전 보수진영 텃밭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 계열 정당 입장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했다.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정작 대통령(노무현·문재인)은 경남에서 배출하고 이번에도 김두관 의원이 '노무현-문재인을 잇는 영남 민주진영의 골 게터'를 자임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투입 대비 산출'이다. 대선주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대통령 당선은커녕 본선 진출자가 없을 수 있다.

유일한 민주당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11일 당 예비경선부터 넘어야 하고, 김태호 의원, 장기표 위원장은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거의 이름을 못 올릴 정도로 존재감이 작다. 홍준표 의원이 그나마 범야권 주자 중 상위권이지만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외려 지금 가장 부상하고 있는 경남 인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지지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윤 전 총장이 가족 문제 등으로 휘청일 경우 '플랜 B'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이 직을 사퇴하며 대권에 뜻을 내비친 이후 당내 주목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잠재력을 높게 보는 분위기"라며 "'현실은 윤석열이지만 자격은 최재형'이라는 공감대가 상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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