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직업에 대한 자신감 심어주지 못해
대학 교육이 변하는 것이 순서의 출발점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요약하면 청년들은 취업 전망을 실제보다 더 어둡게 보고 있으며,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청년들은 불안과 무기력, 그리고 우울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취업이 불안한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신의 꿈을 조정해 나가는 한편, 그래도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루는 직장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 전략이 매우 강고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급여와 일은 고되어도 근무시간과 휴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직장을 원한다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직장 환경이나 조직문화만 쾌적하고 수평적이기만 하다면 선호하는 직장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젊은이의 이와 같은 취업 전망에 대한 불안은 OECD에서 호주, 스위스, 덴마크 젊은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와 일치한다. 미래 직업을 구하는데 명확하고 높은 야망, 두 번째로 도구적 동기라고 표현된 급여나 근무시간 제도, 세 번째로 직업의 확실성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중요한 점은 젊은이들의 꿈에 대한 기대와 직업 확실성은 실제 불황기 노동시장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회복기에 접어들어 고용이 늘고는 있지만, 젊은이들이 선뜻 취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불황기에 가혹한 구조조정을 한 기업들에 취업하기를 꺼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젊은이들에게 미래 직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데에는 대학 책임도 있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취업 전망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생태적 전환, 디지털 전환의 시점,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학 교육은 그러한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생태적, 디지털, 사회적 전환의 시점에 필요한 교육은 수학을 포함하는 기초과학,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아키텍처 능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현장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학은 입학충원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입학충원율과 취업률이 낮은 기초학문분야 학과를 통폐합했다. 대학의 기초학문분야 교육은 점차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맞추어 필요한 교수·강사진을 구하지 못해 지역 대학 교육은 이론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기업 연계가 어려워서 현장학습은 인턴 위주로 겉돌고 있다.

이제 대학이 지역 젊은이들에게 미래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실현시켜 주며, 야망있는 젊은이에게는 명확한 직업경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역 소득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인구 밀집과 경제활동의 집합적 결과인 1인당 총소득(2019년 자료)에서는 지역이 수도권의 80% 수준이다. 이를 탈피하게 위해서는 교육이 변하는 것이 순서의 출발점이다. 대학 교육은 대학이 먼저 나서서 바꾸어야 한다. 기업, 정부, 학부모는 대학의 노력 보조자이자,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행위자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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